(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반도체업체 SMIC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무역 및 기술을 둘러싼 갈등이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자급' 수혜주로 꼽히면서 대규모 투자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20일 국내투자자들의 SMIC 순매수 결제액은 673만7천달러(약 83억원)로 집계됐다. 순매수 규모로는 홍콩증시 종목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SMIC는 지난 14일 국내투자자들의 홍콩증시 상위 50개 투자 종목 순위에 진입했다.

14일 순매수결제액은 51만7천달러로 7위였던 것에서 18일에는 알리바바에 이어 2위에 올랐으며, 20일에는 알리바바를 제치고 순매수 1위 종목을 기록했다.

홍콩과 중국증시 교차거래 시스템인 선강퉁과 후강퉁을 통해서도 선전과 상하이의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에 상장된 SMIC 매수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SMIC 투자를 늘린 것은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것이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겨냥한'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활용해 미국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이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결정에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화웨이로부터 신규 수주를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사실상 중국에 대한 반도체 조달길을 막으면서 중국의 반도체 자급은 더 절실한 상황이 됐고 중국의 핵심 반도체 회사인 SMIC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화웨이는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두고 있지만, 이 업체는 반도체를 설계하고 판매만 하는 팹리스여서 실제로 생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공장)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SMIC는 그러나 TSMC나 삼성전자 등과 비교하면 반도체 공정 기술력이 훨씬 뒤처져 있다.

파운드리업체 가운데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단 두 곳 뿐이다.

SMIC는 지난해부터 14나노 공정의 양산을 시작했으며, 55나노 이상의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77%에 이른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을 위해 SMIC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SMIC는 지난 15일 발표를 통해 중국 정부가 국내 반도체업체 자금 지원을 위해 마련한 '빅펀드'를 통해 22억달러(약 2조7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재안을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의 투자금은 SMIC의 반도체 생산 자회사인 중신난팡에 투자될 예정으로 이는 상하이반도체 공장 법인이다.

이 공장에서는 매달 6천장의 14나노 공정의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으며 SMIC는 이를 매달 3만5천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SMIC는 또 수조원대의 투자재원을 확보하고자 '중국판 나스닥'인 상하이증권거래소의 과학혁신판(스타마켓)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대 16억8천600만주의 신주 발행을 검토하고 있어 최대 4조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MIC는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자발적으로 상장 폐지한 바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SMIC 주식 차트. ※자료=연합인포맥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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