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지난 몇 달 간 원유시장이 잠잠한 모습을 보였지만, 원유 트레이더들은 변동성이 증가할 것에 베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유가는 8월 말 대비 12%가량 하락했으며 지난 8일에는 7.6%가량 하락해 하루 등락률로는 6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옵션시장의 거래로 볼 때 투자자들이 유가의 추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옵션 프라이싱 도구인 퀵스트라이트에 따르면 유가의 내재변동성은 연율 51%로 6월 말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는 앞으로 30일간 유가가 얼마나 크게 움직일지를 가늠해주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수치는 지난 4월 유가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를 기록할 당시 기록한 345%보다는 낮지만, 팬데믹 이전 마지막 분기인 작년 4분기 기록한 평균 내재 변동성보다는 21%포인트 높다.

콜옵션과 풋옵션의 차이를 보여주는 WTI 옵션 리스크 리버셜은 지난 8일 마이너스(-) 20%포인트로 하락했다.

이는 풋옵션에 대한 베팅이 더 많다는 것으로 투자자들이 가격 하락에 대비해 풋옵션을 사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원유 리스크 리버셜은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보다 갑자기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 통상 약간 마이너스 대에 머물지만 현 수준은 6월 12일 이후 최저치인 데다 작년 4분기 기록한 평균 -5%포인트보다도 낮다.

미즈호증권의 로버트 요거 에너지 선물 디렉터는 콜보다 풋에 돈을 지불하는 트레이더가 많다는 것은 "앞으로 하락에 더 큰 고통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WTI 가격이 34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배럴당 30달러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달 4일까지 10주 동안 WTI 선물 가격은 하루 배럴당 2달러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최근 들어 깨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시장이 잠잠했던 것은 옵션 시장의 거래 때문이었으며, 최근의 급락 배후도 옵션거래에 있다고 주장했다.

저금리 기조로 많은 투자자가 옵션 시장으로 몰리면서 변동성 거래가 보편화했으며 이는 주식이나 채권은 물론 원자재 시장에서도 흔해졌다는 것이다.

옵션 투자자는 미래의 가격 변동을 대비하기 위해 옵션을 매수하지만, 해당 옵션을 매도하는 딜러나 운용사는 유가가 반대로 움직이면 돈을 잃을 위험이 있어 익스포저를 헤지하기 위해 이에 상승하는 원유 선물을 사들인다.

즉 풋옵션 매도자들은 통상 원유 선물을 동시에 매도한다. 문제는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풋옵션을 매도한 투자자가 보유한 선물도 처분해야 해 가격 변동성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블루 크릭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애덤 웹 수석 투자담당자는 "모든 사람이 (손실을) 커버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며 "이는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출구로 내달리는 일반화된 패닉 버튼과 같다"고 우려했다.

아틱 블루 캐피털의 장-자크 듀 수석 투자책임자는 최근 유가 하락의 속도는 원유 등 위험자산에 대한 한 방향 베팅이 얼마나 많은지를 가늠해준다며 시장이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주 후반 변동성이 시작됐을 때 많은 이들이 동시에 원유 선물을 매도했다.

그는 "1주일 만에 일어나던 일이 하루 만에 일어났으며 이제는 몇시간 만에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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