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네이버가 해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2017년 최초로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출자한 금액은 총 8천743억원으로, 이 가운데 아시아 지역에만 3천257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 펀드는 미래에셋과 함께 1조원 규모로 결성한 '네이버-미래에셋 아시아 성장펀드'로, 주요 투자 대상으로 동남아에서 서비스 중인 인터넷 기술 기반의 업체를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네이버가 회사채 발행으로 최대 7천억원을 확보한 뒤, 1천억원 이상을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 지분 매입에 쓰겠다고 예고한 상태라 투자 금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네이버는 최근 몇 년간 동남아에서 떠오르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 혹은 유력한 유니콘 후보 회사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 8월 동남아시아의 대표 슈퍼 앱으로 꼽히는 그랩에 1억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의 차량 호출 서비스로 시작해 동남아 각국에서 음식 및 식료품 배달, 금융서비스 등을 영위하고 있는 IT 회사다.

이듬해에는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회사 부칼라팍에 5천만달러, 베트남판 넷플릭스인 팝스월드와이드에 3천만달러, 온라인여행서비스(OTA) 스타트업 레드도어즈에 1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동남아 1위 중고거래 플랫폼 캐러셀에 8천만달러, 말레이시아 전자상거래 아이프라이스에 1천만달러를 투자했다.

네이버가 동남아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향후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에 돌아올 과실도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이 1조4천414억원에 이른다. 현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돈 되는 투자처를 찾아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6억명이 넘는 동남아 인구의 평균 연령은 31.2세로, 한국(42.6세)에 비해 10년 이상 젊다.

젊은이들이 많은 만큼 소비자 구매력이 나날이 커져 역동적인 분위기이고, 전반적인 산업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는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향후 해외 진출 시 북미·유럽 지역과 비교해 시장 진입 장벽이 낮다.

펀드 투자를 통해 동남아 현지 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가 향후 전략적 투자를 넘어 투자사들과 손잡고 동남아 시장에 다각도로 진출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얘기다.

이미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막강한 동남아 인프라를 앞세워 이 지역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의 주력 서비스인 웹툰·스노우는 이미 동남아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고, 택시·배달·은행 등의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일본 자회사 라인은 태국에서 음식배달·구매대행·택배 서비스를 하는 계열사 '라인맨(LINE MAN)'을 강화하고 있다.

태국 내 라인 이용자는 4천600만명으로 이 나라 인구(6천940만명)의 66%에 달한다.

라인맨은 인도네시아 온라인 식품배달 업체 해피프레시와 손잡고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에도 진출했다.

네이버는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인터넷은행 사업도 진행 중이다. 라인을 중심으로 간편결제, 은행, 증권 등의 영역에서 현지 합작법인을 세우는 형태다.

라인은 지난 5일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대만 라인뱅크'의 운영 라이선스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나은행 현지 법인과 손잡고 현지당국 승인을 앞두고 있으며, 태국에서는 현지 은행과 합작회사를 세웠다.

이처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진출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동남아 투자가 아시아 인터넷 시장의 맹주 자리를 노리는 중국의 IT 공룡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에 대항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앞세워 동남아 공략에 사활을 걷고 있다.

네이버에서 해외 시장 개척은 이해진 창업자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신기술 및 혁신 역량을 습득하기 위해 대규모 글로벌 펀드 등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펀드 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사업 가능성 등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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