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에 주춤하는 듯했던 미국 국채금리 급등세가 하루 만에 재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켓워치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올해 국채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날 1.3%대였던 10년물 금리가 갑자기 1.5%대 위로 튀어 오르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다며, 그 뒷면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 인플레이션 기대 고조

매체는 우선 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국채금리 급등의 가장 단순한 이유라고 전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과 대규모 재정부양·통화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리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중앙은행 목표치를 넘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지 확신하진 못하더라도 올해 상승률이 최소 3%를 기록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2.15%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스콧 클레먼스 최고 투자 전략가는 외식과 레저, 여행에 대한 지출 억제로 쌓인 미국 가계의 저축이 올해 후반 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수습되면 소비자들이 쌓아뒀던 저축을 쓸 것이고, 이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세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나리라는 전망이다.

매체는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으로 경제가 뜨거워지도록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연준이 리플레이션 세력으로부터 장기물 국채를 보호하지 않으리라는 우려를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 불충분한 연준의 조치

마켓워치는 중앙은행이 채권금리 상승을 억제할 의지를 크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금리 상승의 한 배경으로 꼽았다.

파월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중앙은행이 필요한 만큼 오래 경제를 지원할 것이며 자산매입 축소를 고려하기 시작할 때 사전에 명확히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콜럼비아 스레스니들 인베스트먼츠의 에드 알 후세이니 금리·통화 애널리스트는 "이는 그냥 하는 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후세이니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자산매입 대상 조정(장기물 매수 확대)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을 언급하지 않는 한 채권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채권금리의 상승이 경제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에스더 조지 캔자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되풀이해서 말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이와 같은 연준 인사들의 무심한 어조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 "볼록성 헤지도 한 요인"

한편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 공포가 최근의 채권금리 급등을 설명하기엔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아메리벳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 미국 금리 헤드는 "채권금리 움직임의 대부분은 기술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채권선물 매수 포지션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결과적으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상황이 연출됐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BMO캐피털마켓츠의 이안 린젠 금리 전략가는 볼록성 헤지에 주목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주택소유자의 리파이낸싱이 줄어들면 주택저당증권(MBS) 듀레이션이 길어지는데 MBS 투자자들이 이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국채 매도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매체는 일반적으로 볼록성 헤지성 국채 매도는 채권 시장을 크게 뒤흔들 만큼 강력한 요인이 되지 못하지만 이미 국채금리가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변동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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