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채권시장이 내년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예상보다 더 일찍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되는 가운데, 연준 내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갖는 위원에 내년부터 매파가 늘어날 것이 확실해 보여서다.

통화정책에 있어 매파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중요시하고, 통화 공급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다.

반대로 비둘기파는 통화공급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이들로 고용을 확대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이들이다.

매파는 연준의 양대 목표 중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비둘기파는 완전고용 달성에 중점을 둔다.

최근 대표적인 비둘기파 위원이었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바로 내년 불러드 총재가 FOMC 내 투표권을 갖는다는 점 때문이다.

불러드 총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내년 말까지 금리가 한차례 인상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소식에 시장은 그가 단번에 매파로 돌변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위원들은 2023년 말에 첫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중간 전망치로 18명의 위원 중에서 내년 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모두 7명이다.

연방기금(FF)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내년 말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72.3%에 달한다. 그만큼 시장은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 중에서도 금리를 1회 인상할 가능성은 40.5%로 가장 높고, 2회 인상할 가능성도 23.4%에 달한다.

7명의 위원 중 내년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투표권을 가진 이들이 몇 명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내년 FOMC 정례회의에서 투표권을 갖는 이들 중에 매파가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매파가 늘어나면 금리 인상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갖는 이들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 랜들 퀄스 연준 부의장, 미셸 보우만 이사,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7명과 나머지 4명의 지역 연은 총재인 토마스 바킨(리치먼드), 라파엘 보스틱(애틀랜타), 메리 데일리(샌프란시스코), 찰스 에번스(시카고) 등이다.

이들 중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 뉴욕 연은 총재 등 7명은 그대로 내년에도 투표권을 가지며 지역 연은 총재 4명은 모두 교체된다. 바킨과 보스틱은 매파로, 데일리와 에번스는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나머지 7명의 성향은 주로 중도파로 분류된다.

내년인 2022년에는 로레타 메스터(클리블랜드), 에릭 로젠그렌(보스턴),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 제임스 불러드(세인트루이스) 등 4명의 지역 총재가 새로 FOMC 투표권을 갖는다.

불러드 총재가 매파로 돌아서면서 이들 4명은 모두 매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7명의 연준 이사가 그대로 유지되고 새로 편입되는 위원이 모두 매파 성향임을 고려하면 내년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로젠그렌 총재는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연말까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고, 2022년 말까지 첫 금리 인상에 나설 경제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했으나 불러드에 이어 내년 말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메스터 총재는 아직은 미국 경제가 테이퍼링을 위한 여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히는 등 좀 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시사했으나 통상 메스터 총재도 매파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조지 총재는 지난달 한 행사에서 최근 나타난 인플레이션 조짐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지난달 FOMC 회의 이후에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공개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조지 총재도 대표적인 매파 위원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지난 5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가 공개한 FOMC 위원들의 성향으로 볼 때 매파 위원으로 분류된 인물은 상대적으로 강경한 에스더 조지와 로버트 카플란 총재, 상대적으로 덜 강경한 토마스 바킨, 라파엘 보스틱, 로레타 메스터 총재 등이다. 반대로 비둘기파로는 닐 카시카리, 메리 데일리, 리처드 클라리다, 찰스 에번스 등을 꼽았다.

위원들의 성향은 약간씩 변하기 때문에 이들이 기존의 입장을 계속 유지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비둘기파들의 잇따른 입장 변화는 주목할 부문이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지난주 내년에 금리를 한 차례 올리고 2023년에 두 차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보스틱 총재는 중도파나 상대적으로 약한 매파로 분류돼 그의 발언에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비둘기파나 상대적으로 중도적 입장에 있었던 이들이 예상보다 이른 금리 인상을 주장하면서 FOMC 내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것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의 전환을 시사하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부문이다. (윤영숙 특파원)







<FOMC 위원들의 성향: 왼쪽 비둘기/오른쪽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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