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금융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유동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매체는 국채를 사고 팔 트레이더들이 줄고 있으며 일부 개별 거래가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유사한 국채 간의 가격 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주요 매수자였던 대형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은 시장에서 후퇴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국채를 제 가격에 빠르게 사고팔 수 있기를 원하며, 이것이 어렵다는 것은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국채는 주택 매수자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어떤 종류의 투자를 선택해야 하는지, 일정 기간에 어떤 종류의 주식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낼지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경제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다.

실제 국채금리 상승으로 최근 모기지 금리는 7%를 넘었고 주식 밸류에이션은 낮아졌으며, 기업의 차입은 둔화했다.

WSJ은 현재 국채 거래에 심각한 붕괴는 없지만 올해 들어 나타난 혼란을 생각하면 그 가능성을 상상하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우려했다.

많은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만약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져 다른 시장도 영향을 받게 되면 전면적인 금융위기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웰스파고의 앤드류 크라이처 디렉터는 국채 유동성이 최악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채를 기초로 사용하는 자산군들이 많다"며 "기초가 썩으면 집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부채 상환과 마진콜, 그 외 다양한 긴급 상황에서 현금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국채를 매도한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짐 캐런 픽스드인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와 같은 과정에 조금의 차질이라도 발생하면 문제가 소용돌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채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씨티의 디어드레 던 글로벌 금리 부문 공동 헤드는 "지난 2020년 팬데믹에 따른 시장 붕괴 때보다는 국채 거래가 순조롭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현재의 불안은 어떤 사건 없이 몇 달에 걸쳐 점진적으로 형성됐다"고 말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은행 규제가 그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WSJ은 새로 발행된 국채와 과거 발행됐지만 잔존만기가 같은 국채의 금리가 이론적으로 같아야 하지만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신규물이 예전 발행물보다 더 프리미엄을 받고 있으며, 예전 발행물은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는 바이백을 고려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유 채권을 줄이고 있다는 점도 유동성 악화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국 투자펀드 러퍼의 알렉스 레너드 디렉터는 양적긴축(QT)이라는 프로그램이 '기계적인 유동성 인출'과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 국채 시장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막대한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5천705억 달러 국채가 매일 손바뀜을 나타냈다. 지난달 일일 주식 거래량은 5천105억 달러였다. 또 국채시장은 회사채 등 다른 채권시장에 비해 소음이 덜하다.

매뉴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로리지오 픽스드인컴 트레이더는 "내가 유동성에 대해 불평할 때마다 회사 동료들은 그만 징징대라고 한다"고 말했다.
 

비드·오퍼 규모, 5일 이동평균
[출처: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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