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향후 2년간 미국 의회 권력의 향배를 결정짓게 될 중간선거가 현지 시간으로 8일 실시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선 연방 상원 의원 100명 가운데 35명, 연방 하원 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선출한다.

선거 막판 여론 조사상으로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원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상원의 경우 민주당은 44석, 공화당은 48석을 확보한 가운데 애리조나 등 8곳을 경합지로 분류했다. RCP는 하원은 민주당 174석, 공화당 227석 우위 속에 34석을 접전지로 분류했다. 하원은 218석을 확보하면 다수당이 된다.

공화당이 승리해 의회 권력을 탈환하는 '레드 웨이브(붉은 물결)'가 현실화하면 인플레이션 공포는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의 대규모 재정지출을 인플레의 원죄로 지목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 대 반(反)민주주의'로 규정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민주당이 극심한 인플레가 초래된 데 대한 정부·여당 심판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현지에선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탈환하면 미국의 재정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하고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가 부채 한도에 근접했고 내년 초 부채한도 협상에서는 어려움이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은 의회에서의 협상 과정이 필요하다. 공화당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도하다는 비판론도 제기돼 향후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도 축소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은은 다만 우리 기업의 최대 관심사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개정이 어렵다고 예상했다. 공화당에서 IRA 개정·폐기와 관련한 발언이 있었으나 실현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이미 제정된 법안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승인 또는 의원 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치적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미 연준이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 차원을 넘어 최종 수준을 고려하는 단계로 진입한 만큼 '피벗(pivot·정책 전환)' 기대감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 그간 급등세를 보이던 달러화 가치와 미 국채 금리가 하향 압력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선 벌써 중간선거 재료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다. 통상 중간선거 이후에는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몇 달간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S&P500지수는 중간선거 이후 12개월간 평균 15% 올랐다.

유세 기간 내내 인플레이션이 꺾일 줄 모르면서 경제 이슈가 유권자들의 최우선적 관심사로 부상한 것이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의 정치는 물론 경제와 금융시장의 지평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해야 할 때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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