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한동안 주춤하던 국제 유가는 내년 세계 경기침체 위협 속에서도 다시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러시아산 원유가 상한제에 따른 공급 감소, 중국발 수요 증가 등이 가격을 밀어 올릴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경기침체 우려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약해질수록 국제 금 가격은 상승 폭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제 유가 추이
왼쪽 그래프는 서브텍사스산원유(WTI)로, 지난 3월 배럴당 130.5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거듭해 현재 73달러 선에 안착했다. 오른쪽 그래프의 브렌트유는 지난 3월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은 뒤 현재 77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유가, 내년 상방 압력 커져…공급 부족에 수요 증가까지

최근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하락한 국제 유가는 다시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다수를 차지한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하방 압력은 있지만, 원유 공급량 감소와 중국의 수요 증가 등 상승 압박 요인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14일 연합인포맥스 원자재선물 종합(화면번호 6900)에 따르면 현지 시각으로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15달러(3.03%) 상승한 배럴당 73.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보다 1.89달러(2.48%) 상승한 77.99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 유가는 지난 3월 초만 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가 최근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의 배경에는 먼저 원유 공급량의 감소세가 있다.

원유 생산국들의 감산과 미국의 원유 재고 급감, 그리고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조치 등은 모두 내년 초 원유 공급과 가격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2월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STEO)에서 내년 상반기 세계 원유 재고가 하루에 20만 배럴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 재고의 급감은 내년 2분기 초까지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90달러 위로 밀어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EIA는 내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92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평균 91달러였다. 올 한 해 평균은 연초 급등했던 여파로 101달러로 추정됐다.

여기에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원유 수요는 더 늘어나며 원윳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지난 6일 미국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중국이 향후 3~6개월 이내에 완전히 경제를 개방할 것이라며 "중국의 리오프닝은 유가 상한제 이상으로 세계 경제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모건스탠리 등은 아시아의 수요 급증, 공급량 제한 등을 언급하며 국제 유가가 100달러 선마저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BoA는 내년 브렌트유가 배럴당 평균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다가 110달러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했다. WTI 가격은 배럴당 평균 94달러일 것으로 점쳤다.

모건스탠리도 내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올 초 배럴당 139달러에 육박했던 최고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올해 국제 금 가격 추이
국제 금값은 지난 3월 온스당 2천78달러를 돌파한 뒤 꾸준히 떨어져 11월 1천618달러에서 저점을 찍고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금은 온스당 1천8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경기침체 때마다 뛴 금값…내년 다시 날개 달까

지난 3월 이래 '킹달러'에 밀려 하락세였던 금값은 최근 달러 강세가 완화하면서 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 약세는 금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연합인포맥스 원자재선물 종합(화면번호 6900)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1온스당 1천792.30달러를 기록해 전날 대비 1.02% 하락했다.

이달 들어 달러 가치의 진정과 함께 금값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내년 금의 매력은 더욱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내년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 중이어서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은 경기침체 시기에 오르는 특성을 보인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기침체로 금리 인상을 거둬들일 경우 달러 약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다시 금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로 금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시된다.

글로벌 주요 투자 은행들은 내년 금 가격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영국계 주요 투자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의 에릭 로버트슨 글로벌 리서치 국장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내년 금 가격은 현재보다 30% 높은 온스당 2천2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도 내년 겨울까지 금값이 13% 오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UBS는 내년 상반기 연준의 금리 인상이 멈출 수 있다며 "금이 그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실질금리가 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금값은 19%가량 상승한다고 UBS는 분석했다.

다만, "연준이 예상보다 높은 최종금리를 제시함에 따라 앞으로 몇 개월 내에 금값이 한 차례 하락 충격을 받을 수 있기는 하다"며 "그래도 내년 말까지 지속해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삭소 은행은 내년 금값이 온스당 3천 달러마저도 돌파할 것으로 바라봤다.

삭소 은행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가는 내년 '전시 경제' 심리가 커지며 중앙은행들이 외화보유액을 확대하는 것을 단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은 금에 유리하게 작용해 내년 금값이 사상 최고치로 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계금위원회(WGC)는 내년 금값 전망에 관해 신중론을 펼쳤다.

WGC에 따르면 2023년 금값의 향배를 결정할 핵심 요인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다.

올해 금값을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내년에도 금값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WGC의 견해다.

WGC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통화 긴축의 고삐를 죌 경우 금이 추가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며 "경기 침체에 따른 원자재의 전방위적인 압박은 내년 상반기 금값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ygju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7시 1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