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는 매우 양호했으며 인플레이션을 놓고 비관론자가 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진단했다.

폴 크루그먼


크루그먼은 13일(미국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인플레이션 지표가 한동안 양호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너무 일찍 인플레이션 싸움을 그만둘 위험을 무릅쓰고 싶어하지 않으면서, 주택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 등 더 근본적인 지표를 놓고 보면 물가가 여전히 뜨겁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상당히 좁은 기준에 기반해 인플레이션 비관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비관론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다소 필사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연준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했던 초기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진단했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야 인플레이션이 다소 일시적으로 보이지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고 더 길게 이어졌다는 점을 시인했다.

'일시적'이라고 평가한 전문가들은 특이해 보이는 인플레이션의 일부 구성 요소를 배제하면서 나머지는 괜찮다고 계속 주장했지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물가는 계속 높아졌으며 이것이 경제 전반의 문제라는 점을 시인하게 했다고 크루그먼은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인플레이션 낙관론자들이 1년 반 전에 했던 같은 실수를 인플레 비관론자들이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안타깝게도 전통적인 근원 지표가 최근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부분적으로 이는 팬데믹이 식품이나 에너지 가격뿐만 아니라 중고차 등에까지도 엄청난 변동성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팬데믹은 근원 물가의 40%를 차지하는 임대료의 변동성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임대 시장의 현재 상황을 훨씬 늦게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근원 물가의 상당 부분은 1년 전의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후 발생한 대규모의 임대료 둔화를 포착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통적인 근원 물가뿐만 아니라 '장인의(artisanal)' 물가 지표에 주목하는 것 역시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게 하는 위험을 무릅쓰게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고 크루그먼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인의' 물가 지표로 공식적인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아닌 시장 임대료를 측정한 초초근원 물가와 식품과 에너지, 중고차, 주택을 제외한 초근원 물가, 전통적인 근원 물가(주택 물가는 과장하고 있는), 임금 근원 물가, 공식 헤드라인 CPI 등의 지난 3개월 연율 물가가 모두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근원 물가와 임금 근원 물가가 연준의 2% 목표를 웃돌고 있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크루그먼은 "2022년 중반까지 인플레이션은 계속 광범위하게 퍼지기만 했으며 일부 근본적인 수준에서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때 이후 모든 것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비관론을 유지하려면 몇 가지 나쁜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리 말하면 당시에는 낙관론을 펼치려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비관론자들이 과잉 업무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크루그먼은 팬데믹으로 인한 차질이 과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잦아들고 있으며, 지난 2021년에는 연방정부의 대규모 지출과 인플레이션이 문제라고 늦게 깨달은 연준 때문에 경제과 과열됐었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과열됐을 때는 과거 경험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과잉 지출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경제가 활황일 때 필립스 곡선이 가파른 모습을 띤다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경제의 냉각이 실업률을 급격하게 높일 필요 없이 가파른 인플레이션 하락을 일으킬 것이냐의 여부로 지금까지의 상황으로선 그렇게 낙관할 수 있다고 크루그먼은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거의 모든 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빠르게 올랐으며 이제 같은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내가 말했듯이 인플레이션 뉴스는 정말로 좋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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