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이번 주에 시장에 다시 '서프라이즈'를 안겨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BOJ는 17일부터 이틀간 금융정책회의를 열고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지난달 BOJ는 10년물 금리 상한을 0.5%로 깜짝 확대하는 조처를 했다. 이같은 조처에도 금리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BOJ는 잇달아 긴급 국채 매입을 단행했다.

BOJ가 2개월 연속 정책 조정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투기 세력은 일본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회의에서 정책 동결을 예상했지만 지난달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조정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BOJ는 18일 분기 경제전망 보고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2% 물가 목표치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BOJ가 언제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종료할지 단서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오는 4월 8일 마무리되는 것 역시 시장의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17일 닛케이 아시아는 이번 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5가지를 분석했다.

◇ 국채수익률 목표 범위

BOJ는 지난달 10년물 국채금리의 목표 범위를 ±0.25%에서 ±0.5%로 확대했다. 구로다 총재는 채권시장의 기능 상실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밝혔지만, 잔존만기 8년이나 9년물은 10년물 수익률을 계속 웃돌면서 시장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추가적인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만 키웠다.

16일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2영업일 연속 0.5% 상한을 웃돌았다. 이로 인해 BOJ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개시장조작을 단행했으며, 16일에도 추가적인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이코노미스트들은 "BOJ가 이제 부정적인 피드백 고리에 직면했다. 수익률을 누르기 위한 공격적인 시장 조작이 채권시장의 왜곡을 더 심하게 했으며 이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더 심각한 매도세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는 BOJ가 연속으로 정책 변경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수익률 목표 범위를 1%로 확대할 가능성이 50 대 50에 가깝다고 말했다.

◇ 정책 부작용 검토

지난주 요미우리 신문은 BOJ가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의 부작용을 검토할 것이며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어떤 조처를 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BOJ가 장기 금리 말고도 단기 금리 상승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CC 정책에 따르면 BOJ는 단기금리는 마이너스(-)0.1%에 10년물 금리는 0% 부근으로 유도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BOJ가 현재 10년물에 집중하고 있는 채권 매입을 강화해 2~5년물에도 집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YCC 정책 폐기

YCC 정책은 현재 BOJ 통화정책의 핵심이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정책 폐기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10년물 금리 목표치를 놓고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YCC 정책은 지난 2016년 9월 도입됐다. BOJ가 그해 1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당시만 해도 10년물 금리가 0%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정책은 금융 부분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와 장기 금리의 격차를 축소시키면서 은행들이 예금과 대출 금리 스프레드로 이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YCC 정책 때문에 엔화가 달러화에 급락했다. 한때 23%나 떨어졌다. 일본의 금리가 0%를 유지하는 동안 미국의 장기금리는 4.2%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YCC 정책을 폐기한다면 이는 정책의 부작용을 축소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1월 회의를 포함해 BOJ가 갑작스럽게 YCC 정책을 수정하거나 폐기할 위험이 앞으로 매 회의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인플레이션 전망

이번에 발표하는 분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BOJ는 9명 정책위원의 회계연도 2022~2024년의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간값도 발표한다. 일본의 회계연도는 4월에 시작한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전망치 중간값은 회계연도 2022년 3% 위쪽으로 인상될 것이며 2023~2024년은 2% 가까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각각 2.9%, 1.6%였다.

물가 전망치가 높아지면 정책 틀의 추가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질 수 있다.

◇ 기준금리 인상

현재 BOJ의 정책 체계에 대한 추가 조정에 대한 압박에도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같은 전면적인 정책 변화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를 달성하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의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3.7% 상승해 41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근원 물가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것이며,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근원 물가는 2.8%를 나타내 BOJ 목표치 2%를 웃돌았다.

그러나 BOJ는 현재 물가 추이가 얼마나 지속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가 올해 둔화할 것으로 보이고 원자재 가격 역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책 변경에 중요한 것은 임금 상승률이다. 핵심 노조와 기업 간의 임금 협상은 이번 봄에 이뤄질 예정이어서 향후 임금 상승 폭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들은 BOJ가 정책을 변경하기에 앞서 올해와 내년의 임금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ofA 증권은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부진한 임금 증가와 리오프닝 수요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에 의해 촉발되는 해외 성장률과 내수 둔화에 대한 우려로 새로운 BOJ 지도부가 추가적인 정책 변경에 경계심을 갖게 되고 2024년 중반으로 정책 변화를 미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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