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지낸 로버트 헬러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헬러는 29일(현지시간) 투자전문지 배런스 기고문을 통해 "통화정책의 전형적인 지연 효과가 12~18개월 걸리기 때문에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순쯤 인플레이션이 물러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이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통화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항상 그리고 어디서나 통화 현상이며, 통화의 양이 더 빠르게 증가할 때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헬러는 "누군가는 통화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연준의 핵심 임무가 돼야 한다고 가정할 수 있지만, 이는 더는 사실이 아니다"며 "최근 3년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공식 성명서에는 '통화'(money)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통화 공급을 인플레이션 압력의 핵심적인 결정 요인으로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그런데 그것이 연준의 현재 정책 기조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광의 통화량(M2)로 측정된 통화공급 증가율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만 봐도 통화공급이 물가 변화를 1년 반가량 주도하는 등 통화와 물가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관계는 프리드먼이 예측한 대로"라고 강조했다.




헬러는 "현재 명목 연방기금금리가 물가 상승률보다 낮기 때문에 실질 연방기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라며 "그것은 연준이 여전히 경기 부양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어서 "현재 연준의 내부적인 정책 논쟁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거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 여부와 고금리가 얼마나 지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방기금금리가 인플레이션율을 약간 상회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율을 고려한 금리 수준만 놓고 볼 때는 추가적인 긴축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연준은 이런 금리 전략을 따르면서 M2로 측정되는 통화 공급량은 무시하는데, 이는 이미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며 "우리가 프리드먼의 통화정책 신조를 믿는다면 현재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의 궁극적인 퇴치를 위해 이미 충분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헬러는 "연방기금금리는 더 높게 조정해 통화정책을 추가로 긴축하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경기 침체의 가능성도 높일 것"이라며 "작년 상반기에 이미 경험한 2개 분기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올해 중순에 있을 수 있는 경기 침체는 본질적으로 지난 1980년대 초순의 반복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980년대 초순 미국은 더블딥 경기 침체를 겪은 바 있다.

헬러는 "좋은 소식은 통화 공급 증가율이 현재 제로에 가깝고 인플레이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연준은 추가 긴축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금리에만 집중할 것인지, 현재 통화 공급 지표로 나타난 미래 효과를 신뢰하는 선제적 정책을 채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화 공급 지표가 시사하는 선제적 정책 기조를 따른다면 더는 긴축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헬러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전향적인 정책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를 더 가까워지게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서 "연준은 보다 안정적이고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 성장을 위해 밀턴 프리드먼으로부터 통화정책과 통화 공급 조절에 대한 교훈을 다시 기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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