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경제를 침체에 밀어 넣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을지를 놓고 시장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해 바닥까지 고꾸라지게 하면서 '경착륙'을 초래할지, 그렇지 않으면 부드럽게 착륙하면서 하강하는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에는 경제가 아예 하강하지 않는 '무착륙(no landing)' 시나리오까지 가세했다.

비행기 조종사가 마지막 순간에 착륙을 중단하고 스스로를 밀어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무착륙은 긍정적으로 들리지만, 함정이 있다고 마켓워치가 19일(미국시간) 보도했다.

◇ 무착륙, 증시에 긍정적일까…결론은 경착륙될 수도

무착륙 시나리오는 경제가 침체를 완전히 피하는 것이다. 고용시장이 아직 뜨겁고 소비자들이 견조해 경제가 다시 성장하고 잠재적으로 가속도를 높일 수 있는 연료를 주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제조업 경기는 위축되고 있지만,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여전히 탄탄하다.

포렉스닷컴과 시티인덱스의 매튜 웰러 글로벌 헤드는 무착륙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금리 상승과 회복력을 보이는 경제 가운데 어떤 것이 증시에 더 중요한지 트레이더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의 회복력에 대한 낙관론은 최근 국채금리 상승에도 기술주와 다른 성장주가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그는 고객 노트를 통해 말했다. 트레이더들은 심각한 경기 침체의 징후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 최근의 경제 지표와 실적에 주목하는 가운데 여전히 높은 물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웰러 헤드는 덧붙였다.

경제가 회복력을 보이는 것의 잠재적 문제점은 '끈적한 인플레이션'이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연준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금리 전망치를 더 높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 S&P 500지수는 2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 16일 2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월 31일~2월 1일 열린 회의에서 25bp(1bp=0.01%P) 인상이 아닌 50bp 인상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파트너는 "높은 금리는 소비지출과 자본지출, 기업 실적에 좋지 않다는 것이 결론"이라면서 "'무착륙' 시나리오는 증시에 부정적이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와 성장주에 좋지 않고 결국에는 경착륙만 지연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 경착륙과 연착륙 전망의 근거는

지난 몇 주 사이 나온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침체에 대한 공포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다만 공포가 아예 가신 것은 아니다.

지난 17일 발표된 콘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LEI)는 1월에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웰스파고의 팀 퀸란과 셰넌 시어리 이코노미스트는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경제가 침체로 향한다거나 연착륙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경제지표가 견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행지수는 모호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LEI는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지 나빠지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10개의 지표를 측정한 것이다. 1월에는 0.3% 떨어졌고, 12월에는 0.8% 하락했다.

로젠버그리서치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LEI가 "100% 빈틈없는 경기침체 예측자"라고 말했다.

연착륙을 전망하는 이들은 상당히 중요한 고용지표들이 특히 회복력을 보이는 점에 주목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경제가 감당할 수 있고, 이번 봄이나 여름까지도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51만7천명이나 증가하고 실업률이 3.4%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찍은 것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퀸란과 시어리는 "실업률이 반세기 만에 최저인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오기는 어렵다. 경제가 침체를 피하는 데는 고용이 핵심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소매판매가 3% 증가하며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온 것도 긍정적이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탄탄하고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연준이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기준금리를 0% 가까운 수준에서 4.5~4.75%로 대거 올리고 금리 인상의 효과가 아직 경제에 미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글렌메드 전략가들은 "연착륙 기대는 높아졌지만 연준 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는 결국 성장률을 정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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