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오프라인 중심 유통시장에 '고객 와우' 만들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쿠팡이 작년 하반기 2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달성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쿠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영업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발표한 실적이라 눈길을 끈다.

◇2분기 연속 영업이익 내…연간 흑자 기대감↑

쿠팡은 지난해 4분기 8천340만달러(약 1천133억원, 환율 1,359원 기준)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1일 밝혔다.

작년 3분기 7천742만달러(약 1천37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2개 분기 연속 1천억원대 흑자다.

쿠팡이 지난 2021년 상장 이후 매 분기 약 1천억원~2천500억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내왔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린 셈이다.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한 53억2천677만달러(약 7조2천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쿠팡은 작년 하반기 수익성을 대폭 끌어 올린 결과 지난해 총 1천44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2021년 집계된 1조7천9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약 92% 줄어든 수준이다.

매출은 총 26조5천9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간 조정 에비타(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3억8천121만달러(4천925억원)로 흑자를 기록했다.

조정 에비타는 영업 활동만으로 번 실제 사업의 순수한 현금 흐름을 보는 지표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다음 마일스톤은 현금 흐름에서 흑자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올해에도 유의미한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적으로 조정 에비타 마진율을 1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수익 추구 전략' 통했다…견고한 충성고객

쿠팡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익성 추구 전략'에 나섰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 2021년 말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빠른 성장을 바탕으로 효율성과 영업 레버리지 향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오랜 '계획된 적자'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쿠팡은 지난해부터 기존 회원을 대상으로도 유료 멤버십 가격을 2천900원에서 4천990원으로 인상했다.

그럼에도 쿠팡의 '록인' 효과는 유효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유료 회원 수는 지난 2021년 900만명에서 오히려 약 200만명 늘어나 1천100만명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말 쿠팡의 활성 고객(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은 1천811만5천명으로, 전년 대비 1%가량 증가했다.

1인당 고객 매출은 294달러(약 40만원)으로 약 4% 늘었다.

쿠팡이츠, 쿠팡페이, 쿠팡플레이, 해외 사업 등 쿠팡의 지난해 신사업 매출은 6억2천802만달러(8천113억원)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25% 늘어난 규모다.

신사업의 연간 조정 에비타(EBITDA, 상각전 영업이익) 손실은 2억2천462만달러(2천901억원)로, 전년과 비교해 약 42%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에 성과를 냈다.

김범석 의장은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국내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 시장에서 아직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만큼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은 602조원 규모로, 오는 2026년까지 718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6조원의 매출을 낸 쿠팡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인 것이다.

김 의장은 "아직 국내 유통 시장은 오프라인 중심이며,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라며 "고객에게 더 다양한 상품군, 더 낮은 가격, 특별한 서비스를 만들면서 향후 수년간 상당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객이 '와우'할 수 있는 새로운 순간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 구조가 선순환하기 시작했고, 시작 지배력이 확대되면 이익 성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라며 "올해 쿠팡의 영업실적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적자 늪' 빠진 유통 공룡의 이커머스

쿠팡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지만 SSG닷컴, 롯데온 등 국내 굴지의 유통 공룡들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SSG닷컴은 작년 1천112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7천447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매출은 16.8%가량 증가했지만, 적자 규모도 지난 2021년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G마켓은 지난해 영업손실 655억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부 역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5% 늘어난 1천130억원을 거뒀지만, 같은 기간 적자 폭은 더욱 커져 약 1천560억원의 영업손실으로 집계됐다.

SK스퀘어의 11번가의 매출은 전년 대비 41% 늘어 7천890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한 1천515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올해부터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과 G마켓, W컨셉 등 자사 온라인 플랫폼을 연계한 프로모션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이커머스에 덧붙여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면세점을 통합하는 유료 멤버십을 도입할 계획이다.

롯데온도 뷰티, 명품 등 수익성이 좋은 패션 카테고리를 키우고 새벽 배송 서비스를 과감히 축소하며 비용 효율화에 나설 방침이다.

jhpark6@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3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