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연초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채를 대거 매입했으나 점점 포화상태에 다다라 향후 수요가 약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신임 총재 내정자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지난달 17일로 끝난 주간에 가장 많은 장기 외국 채권을 매입했다. 은행과 생명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거의 2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을 사들였다. 한 주 뒤에는 16억달러로 급감했다.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미국 자산을 매입하는 일본 투자자들에게는 환율 변동에 대비한 헤지 비용이 커졌다. 이로 인해 다수의 투자자가 미국 채권을 매각했다. 결국 일본은 몇 년간 유지해온 미국채 최대 보유국 자리를 내주게 됐다.

투자자들은 작년의 이러한 매도가 재개될 가능성을 점점 우려하고 있다. 미국채 금리가 십여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상황이라는 점이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채 시장을 떠받친 것은 바로 연준과 일본 투자자들이었다. 하지만 연준은 보유 자산 축소를 시작했으며 일본마저도 발을 빼기 시작하면 모기지 금리에서부터 기업 대출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시중금리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주로 미국 자산에 많이 투자한다. 연준이 긴축을 시작하면서 찬물을 끼얹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 투자자들은 국채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엔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고 미국의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금리보다 높아졌다.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한 비용까지 고려하면 일본 투자자들에게는 장기 미국채를 보유하는 것의 매력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역시 엔화 가치를 높이고자 미국채 보유분을 일부 처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해외 투자자들이 헤지 문제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 연기금은 환율변동에 대비하지 않고 해외채권을 매입한다.

엑산테 데이터의 알렉스 에트라 선임 매크로 전략가는 "채권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매입이 급증한 것은 연기금의 장기 미국채 매입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면서 "그러나 헤지 비용이 비싼 상태를 유지한다면 국채로 흘러드는 일본 투자금의 구조적 흐름은 최근 몇 년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성 최신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일본 투자자들은 약 100억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을 매입했다. 작년 11월과 12월에는 170억달러를 웃돌았다.

에트라는 연기금이 지난해 일본의 최대 해외채권 매수 세력이었지만 일정 시점이 되면 이들의 해외채권 할당은 포화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저널은 환율 헤지 비용이 낮아진다고 해도 미국의 단기 금리가 오랫동안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여 일본의 수요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채 발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 투자자들의 빈자리를 미국의 국내 투자자들이 채울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채권 시장의 지속적인 변동성"을 의미한다고 스트래트가스의 토머스 치쯔주리스 매니징디렉터 겸 헤드는 말했다.

그는 "그것이 수익률 곡선 통제(YCC)가 됐든, 환율 개입이든, 양적완화든 모든 개입이 진정한 의미의 변동성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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