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대가는 인플레이션·두번째는 경제 피해와 금융공황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 금융당국이 나쁜 정책의 대가를 치를 때가 왔으며 15년 만의 두번째 은행시스템 구제에 따른 위험이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설을 통해 12일(미국시간) 진단했다.
 


사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불쾌한 진실은 "수년간 이어진 통화 및 규제 실수에 대한 청구서라는 점"이라면서 미국 정치권은 절대로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VB 경영진이 실수했으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지만 그들은 저금리 자금과 잘못된 규제에 의해 고무된 것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 유동성을 시중에 퍼붓자 SVB의 고객 기반이 되는 벤처 스타트업에 자금이 흘러들었고 SVB의 예금이 급증했지만, 은행이 안전하게 대출해줄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제로금리 시대에 SVB는 자금을 높을 수익률을 제공하는 장기 듀레이션의 픽스드인컴 자산에 투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당국은 국채와 모기지저당증권(MBS)을 은행의 자본을 측정하는 거의 무위험에 가까운 자산으로 평가했다. 규제당국이 무위험이라고 말한다면 은행과 예금자들의 경계심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증권의 가치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하락했다. SVB는 만기 이전에 보유 증권을 청산하게 되면서 막대한 자본 손실을 입게 됐다.

SVB를 감독하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이렇게 취약성이 높아지는 것을 놓쳤다.

저널은 연준과 재무부가 은행가들을 비난하려고 하겠지만 그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SVB 이후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를 이사회로 올리자는 의견은 터무니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의 듀레이션 리스크가 SVB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지난주 지역 은행에 대한 주식 투매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미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결국 이날 성명을 내고 법정 한도인 25만달러를 넘어 SVB 예금자의 모든 예금을 보증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사설은 무보증 예금에 대한 보편적인 보증은 한시적이라 할지라도 금융공황이 발생할 때마다 기본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또한 2020년 도드-프랭크 법안을 통해 마련한 규제 장치가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기념비적인 항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금 보증의 적법성 문제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FDIC가 SVB와 시그니처에 대해 '예외적 시스템 리스크'를 이유로 예금 보증에 나섰을 수 있지만 이들 은행의 규모를 보면 이것은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조치로 13일 금융시장이 다시 열리는 때에 대혼란은 억제될 수 있지만 이번 행보가 '구제금융'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사설은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패닉을 제외하면 15년 만에 두번째로 규제당국은 신용 열풍을 부추겼으며 저금리 자금이 중단됐을 때 발생할 금융 공황을 예견하는 것에 실패했다고 사설은 꼬집었다.

그러면서 역사상 가장 무모한 통화 및 재정 실험을 진행한다면 결국 청구서가 날아올 수밖에 없으며 첫번째 청구서는 인플레이션이었다고 저널은 말했다. 두번째는 경제적 피해와 금융 공황으로 왔으며 SVB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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