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글로벌 회계법인 KPMG가 파산한 미국 은행 실리콘밸리(SVB)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에 대해 파산 직전에 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해 건전하다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실리콘밸리 은행 본사에 있는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시간) KPMG는 SVB가 파산하기 14일 전에 해당 은행의 재무 상황과 관련해 건전하다는 내용의 '의견서(clean bill of health)'를 냈다고 보도했다. 시그니처 은행 역시 KPMG가 감사를 승인한 지 11일 만에 파산했다.

해당 의견서는 회계법인이 기업의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이슈나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감사인이 부정행위나 사기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재무제표가 신뢰할 수 있다는 의견서이기도 하다.

WSJ은 KPMG가 두 은행의 재무 상황에 대해 알고 놓친 부문이 있다면 규제 당국의 조사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몸담은 바 있는 린 터너는 "상식적으로 미국에서 16대 은행이 건전하다는 의견서를 받고 2주 안에 아무런 경고도 없이 파산한다는 것은 회계 감사인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SVB는 파산하기 직전에 자금 유출에 시달렸다. 이달 8일 회사는 고객들의 "자금 인출이 계속 증가했으며, 2월에는 추가로 늘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말 예금 잔액은 1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아졌다.

KPMG는 WSJ의 질의 요청에 고객 기밀을 이유로 특정 감사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다만, 감사가 완료된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SVB의 예금 잔액은 2022년 1분기 말에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마지막 9개월 동안 250억달러, 13%가량 감소했다. 이는 KPMG가 감사한 기간에 예금이 빠르게 줄었음을 시사한다.

KPMG가 감사 보고서를 승인한 시점에 예금 감소가 회사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보고서에 포함됐어야 한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KPMG가 회사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었는지를 알았는지, 혹은 진행되는 상황을 알아야 했는지가 관건이다.

WSJ은 감사인은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투자자들에게 경고해야 하며, 해당 기업이 재무제표를 발표한 후 12개월 동안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의심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MG는 SVB의 신용 손실 회계에 초점을 뒀으나 만기까지 채권을 계속 보유하는 회사의 능력에 대한 부문을 다루지 않았으며, SVB는 이런 부문에서 부족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WSJ은 지적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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