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 트레이더들이 당국의 경고에도 크게 가치가 떨어진 실리콘밸리은행(SVB)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연방 당국이 해당 채권 보유자는 전멸할 것이라 강조했음에도 일부 투자자는 이번 파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연합인포맥스 'IHS마킷 해외채권서비스(화면번호:4010)' 등에 따르면 SVB의 모기업인 SVB파이낸셜그룹의 오는 2033년 4월 만기 채권(쿠폰금리 4.57%)은 전일 기준 달러당 46센트에 거래됐다.
 

SVB파이낸셜 채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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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까지 달러당 85센트 넘게 거래되던 게 지난 10일 달러당 42센트로 반 토막 난 뒤 소폭의 반등세를 보인 셈이다. 이처럼 채권 가격이 움직인 데는 실제 거래가 뒷받침됐다.

시장이 처음부터 채권에 눈길을 둔 것은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제프리스 및 기타 투자기관들은 SVB 폐쇄 이후 은행의 무보험 예금계좌에 대한 권리를 사들이는 것을 검토했었다. 이들 중 일부는 계좌 잔액의 달러당 60센트 정도로 계좌 권리를 매입할 것을 고려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늦게 연방정부가 SVB의 고객 예치금을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한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일부 기관의 계좌 권리 매입 계획도 상당수 철회됐다.

이후 채권 트레이더의 관심은 SVB의 모그룹인 SVB파이낸셜그룹이 발행한 채권으로 이동했다.

과거 은행들의 파산 사례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추정치보다 더 많은 자금을 SVB파이낸셜로부터 회수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현재 SVB 채권 보유자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미국 재무부 고위 관리는 지난 주말 기자들과 만나 "SVB에 묶인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전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VB파이낸셜은 SVB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지만, 모기업은 연방 당국의 통제 속에 있지 않고 부채 상환을 위해 매각할 수 있는 여러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연방정부의 이번 지원 조치가 다른 자회사의 자산과 결합해 채권 보유자들에게 의미 있는 회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고, 이에 따라 SVB파이낸셜 채권의 매수 유인이 생겼다.

JP모건에 따르면 SVB파이낸셜 채권은 일요일인 지난 12일부터 13일 오전까지 총 5억 달러가 거래됐다.

SVB파이낸셜의 비은행 자회사는 SVB프라이빗과 SVB벤처, SVB증권 등이 있다. 스티펠파이낸셜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자회사의 가치는 총 20억 달러로 추정된다. 만일 채권단이 청산 과정에서 현금과 증권 등 지주회사 자산을 회수할 수 있다면 이들 회사의 총가치는 47억5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평가됐다.

지금까지 부실한 은행의 채권 보유자들은 지급불능에 빠진 은행의 모기업으로부터 손실을 보전해왔다.

지난 2008년 워싱턴뮤추얼은행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워싱턴뮤추얼 주식회사의 채권 보유자들은 거의 모든 자금을 회수했다. 모기업이 아닌 은행 차원의 채권 보유자들은 아무것도 보전받지 못했다.

SVB파이낸셜은 자회사가 보증하지 않는 약 30억 달러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명의 독립 이사로 구성된 구조조정 위원회를 설립했다고 13일 발표했다.

다만, 이번에도 같은 전례가 되풀이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는 지난 며칠 사이 SVB파이낸셜의 채권 거래가 늘어났음에도 채권 매입을 보류하고 있다. 연방 규제 당국이 현재 모회사가 소유한 자산을 매각해 SVB은행의 손실을 메우는지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 파산법은 법원의 보호를 받는 회사들이 '보험에 가입된 예금 기관의 자본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 규제 당국의 조치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SVB의 파산관재인으로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채권 보유자에게 돈을 지급하기 앞서 은행 대차대조표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모기업의 자금이나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SVB 채권 가격이 소폭 반등했음에도 모기업의 다른 증권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투자은행들은 SVB파이낸셜의 우선주 가격을 채권 가격보다 낮은 달러당 5센트가량으로 제시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주말 연방 당국에 의해 폐쇄된 시그니처은행의 채권 가격은 달러당 20~30센트선으로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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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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