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가 다음번 금융위기 때 '악성자산(toxic asset)'이 될 수 있다는 펀드매니저의 지적이 제기됐다.

Silicon Valley Bank

14일(미국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릭 스투자 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 크로포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날 고객 노트에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악성 대출이 문제였지만 다음번 위기 때는 국채가 '악성'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점이 비교적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크로포드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이들 은행이 '질서 있게' 재정비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진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는 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지난 주말 동안의 노력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더 악화시켜 소비자들이 예금의 안전을 더 우려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크로포드는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두 은행의 파산에 따른 후유증에 주목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E)의 비키 레드우드 선임 경제자문을 포함한 애널리스트들은 다음번 금융위기가 이미 시작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번에 발생한 미국 은행 문제의 핵심은 자산과 부채의 미스매치(불일치)이다. 지난 몇 년간 예금 증가세가 대출을 웃돌면서 은행들은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중장기 듀레이션의 국채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고물가와 고금리가 언젠가는 이들 채권의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크로포드는 만약 은행들이 대차대조표 자산의 가치 하락을 피하거나 가치 상각을 흡수할 충분한 자본이 있다고 해도 전이 공포는 '자기충족적 행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더 많은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시나리오에서는 "더 많은 개별은행을 지원하기 위한 큰 규모의 정부 조치나 자금조달이 요구될 것이며, 모든 은행을 지원하기 위한 훨씬 큰 전반적인 플랫폼이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정부의 대규모 개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자금을 막대하게 창출하는 것이 되겠지만 이는 또한 소비심리와 고용의 붕괴를 통한 심각한 침체를 촉발할 것이다. 이것은 디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크로포드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준의 금리 정책은 "불안한 환경에서 금리를 인상하려는 경향이 줄어들면서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실제로 더 위험한 자산과 지난 몇 분기 동안 실적이 매우 저조했던 초성장, 레버리지 주식에 유리할 수 있다. 경제가 악화하거나 침체가 오더라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문제가 되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으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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