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도이체방크는 크레디트스위스(CS)나 실리콘밸리은행(SVB)과는 닮은 꼴이 아니지만 여전히 취약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미국시간) 진단했다.


유럽 은행권의 문제가 CS 몰락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지난 주말 도이체방크 주가는 9%가량 하락했다. CS의 AT1 '베일-인' 채권을 스위스 당국이 상각하기로 하면서 유럽의 후순위채 시장의 불안이 커졌고, 도이체방크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유럽 은행권의 '병자'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 지난해 순이익은 61억유로로 2007년 이후 가장 많았다. CS가 80억유로 순손실을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이체방크는 금리 인상으로도 수혜를 입고 있다.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39% 증가했다. 은행의 핵심 기업 대출 부문의 이익 덕분이었다. 자본과 유동성 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견조했다.

그럼에도 지난 23일 도이체방크의 CDS 프리미엄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때의 수준으로 급등했다. 하루 뒤에는 주식시장이 이를 이어받아 주가가 급락했다. 채권단의 불안이 도이체방크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리고 투자은행의 거래상대방이 도이체방크와의 거래를 더욱 꺼리게 했다. CS의 자산 유출 악순환과는 다른 양상이지만 여전히 도이체방크에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저널은 그러면서 도이체방크가 완전히 건전한 것만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소득 대비 비용의 비율은 지난해 75%를 나타냈다. 2021년의 85%보다는 낮아졌지만, 유럽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유럽중앙은행(ECB)가 추적하는 유럽 대형은행의 해당 비율은 약 61%였다.

도이체방크의 '핵심' 사업은 견조해 보이지만 지난 2019년 부실자산을 축소하기 위해 만든 배드 뱅크가 은행의 전반적인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본 대비 총 자산비율로 측정한 레버리지 역시 높은 편이다.

도이체방크가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런 약점은 계속해서 주가의 할인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유형 순자산가치 대비 32%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는 바클레이즈와 BNP파리바의 각각 45%, 62%에 비하면 매우 낮다.

저널은 시장의 불안이 낮은 밸류에이션을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만드는 은행 분야에서 도이체방크의 경우 오래된 문제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널은 "공포 그 자체 말고 도이체방크는 최근 크게 두려워할 것이 없을 수 있지만 은행에서는 공포가 모든 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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