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선물 차익거래 플로우 확보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외국인의 대규모 달러-원 선물 매매 수요가 서울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만년 2등' 증권사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증권사는 외국환은행보다 현물환 시장 등에서 대고객 물량 확보가 어려워 거래 기반이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의 선물 거래와 엮은 현·선물 차익 거래에 적극 나서면서 포지션에 힘이 실리고 있다.

4일 연합인포맥스 현재가(화면번호 3600번)에 따르면 전일 외국인은 통화선물 시장에서 달러-원 선물을 6만4천999계약 순매수했다.

하루 순매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많다. 작년 8월 18일에 7만3천396계약 사들인 이후 최대 규모다. 한 계약이 1만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6억5천만 달러어치다.

최근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향한 긴축 기대 변화로 외국인은 달러-원 선물 시장에서 강한 방향성 매매에 뛰어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확인한 이후 달러-원 선물을 8만6천계약 넘게 팔아치웠다. 역대 일일 순매도 규모로는 가장 많았다. 직전 최대 순매도 6만6천여계약보다 2만 계약 넘게 많았다.

당시 연준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이 적절할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은행권 금융 불안 이슈로 금리 동결 전망이 부상했던 때였다.

다만 은행 이슈가 진정되면서 매도 포지션을 강하게 되돌린 셈이다. 특히 전일 OPEC 플러스(OPEC+) 감산 소식이 더해져 인플레이션 안정에 위협 요인이 됐다.

외국인의 선물 시장을 통한 방향성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증권사의 현선 거래는 몸집을 한층 키웠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로 현물환 대비 선물 가격이 오르면, 증권사는 선물을 팔고 현물환을 매수하면서 차익 거래 기회가 생긴다. 전일 증권사와 선물사에서는 달러 선물을 4만4천여계약 순매도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전일처럼) 외국인 수급이 달러선물 시장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면, 달러-원 스팟 변동 폭도 커진다"며 "외인 통화선물 매수세가 강하면 선물 고평가를 노린 현선 차익 그대로 스팟 시장에도 영향을 전이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역외에서 들어오는 달러 매수세 비중은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가 여전히 많다"며 "다만 선물 시장에서 환 헤지 수요 외에도 방향성 거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일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누적순매수는 6만8천계약까지 불어났고, 같은 시간 달러-원도 1,306원대로 출발해 비슷하게 상승 폭을 늘렸다.

최근 전자거래 인프라(API)가 확산하는 점도 선물 시장 영향력을 한층 키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은행의 한 딜러는 "점점 역외도 딜러가 아닌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많아졌다"며 "API 도입이 활발해지면 두 개의 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스팟 매수세가 여러 방면을 통해 유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는 "달러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을 거래 상대방으로 하는 증권사 매매가 많다"며 "중소형사는 API를 이용하면 선물 계약 단위와 거래할 수 있는 현물환 거래 최소 단위를 맞춰 현선 거래가 더 용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선물시장 주문량이 많아지면서 증권사도 은행이 대고객 물량을 갖고 매매하는 것처럼 거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일(3일) 달러-원 통화선물 지수 및 외국인 순매수 추이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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