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크레디트스위스(CS) AT1 채권의 전액 상각으로 일부 아시아 부유층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입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S가 발행한 16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AT1은 UBS와의 합병 과정에서 제로(0)로 상각 처리됐다. AT1 채권은 수익률이 높은 데다 유명한 금융기관이 발행하기 때문에 많은 부유한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해왔는데 이번 상각 처리로 큰 손실을 입게됐다.

CS는 작년 6월 16일에 16억5천만 달러 규모의 AT1 채권을 발행했다.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연이자율은 9.75%였다. 이는 지난 10년간 CS가 발행한 달러 및 기타통화 표시 영구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자문사인 레오 웰스의 제시카 커트레라 사장은 여러 은행의 프라이빗 뱅커들이 아시아에서 AT1 채권을 고객에게 팔아왔다고 전했다. 커트레라 사장은 "이 AT1 채권은 매입된게 아니라 판매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원해서 매입했다기 보다 기관이 적극적으로 판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만 투자자인 제이슨 류는 UBS의 프라이빗 뱅커의 추천으로 작년 하반기에 CS AT1 채권 2종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은행원의 조언에 의지하고 신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류씨는 CS AT1 채권의 가치가 제로가 될 것이라는 알게 됐다고 말했다. 류씨는 그의 고문이 채권 소멸 가능성을 언급하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CS가 최근에 자사의 자본 포지션이 건전하다고 말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CS에 속은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싱가포르에 소재한 패밀리 오피스인 파로 캐피털의 히매트 터커 창립자는 "대부분의 아시아 프라이빗뱅커들은 AT1 채권을 채권으로 마케팅했고,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에 흥분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주식처럼 위험한 상품으로 간주돼야 할 상품이 채권처럼 여겨졌다는 것이다.

WSJ은 일부 아시아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AT1 채권을 매입했다고 전했다. 은행이나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해당 채권을 매입한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가격 하락으로 투자자들은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에 노출됐다.

WSJ은 CS AT1 채권 전액 상각이 CS를 합병해야 하는 UBS의 고민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CS의 아시아 고객 자산이 이번 UBS의 인수 결정에서 큰 매력으로 작용했는데, 전액 상각 조건으로 인해 정작 CS 고객 중 일부가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대만 투자자 류씨는 자신이 UBS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홍콩, 싱가포르 은행들과 거래하지만 UBS만이 유일하게 자신에게 CS AT1 채권을 마케팅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산을 스위스 금융기관에 맡기는 것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자산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스위스) 규제 당국은 그들이 원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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