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 은행들이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미국시간) 진단했다.


예금자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주식 투자자들이 지역은행에서 대거 빠져나가면서 '불신임'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뱅크런이 아닌 스톡런(stock run)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권 위기의 중심에 선 두 은행인 팩웨스트 뱅코프(NAS:PACW)와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NYS:WAL)는 퍼스트 리퍼블릭이 무너진 이후 이례적인 예금 흐름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음에도 주가는 주간 기준 각각 43%, 27%씩 떨어졌다.

예금자들이 아닌 주식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당장 은행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학자 벤저민 그레이엄에 따르면 시장은 장기적으로 현실을 반영하는 저울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투자자들의 예상을 보여주는 투표기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일부 투자자들이 지역은행에 대한 불신임 뜻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퍼스트 리퍼블릭을 둘러싼 사태의 전개는 은행들이 이런 투자자들의 불신임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은행 당국은 퍼스트 리퍼블릭 폐쇄 결정에 주가가 속절없이 내려간 것도 원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당국은 퍼스트 리퍼블릭이 사업 모델에 대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고 언급했다.

저널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당국과 의회가 은행을 시장의 변동성에 덜 취약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이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작년 중반 기준 자산규모가 최대 1천억달러인 커뮤니티은행과 모든 지역은행의 99% 이상이 자본 요건보다 높은 자본 비율을 유지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보유 채권의 미실현 손실을 공개한 지난 3월 8일 전까지 은행시스템의 건전성을 지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또한 은행이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면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채권 손실은 영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연준이 긴축을 지속할 수 있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인 견해는 예금의 내재적 취약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저널은 말했다. 만약 SVB나 퍼스트 리퍼블릭과 같은 인정받는 은행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예금의 '치명적인 이탈 움직임'에 직면할 수 있다면 어떤 은행도 아주 빠르게 건전성을 잃는 것은 자명하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이 보유한 증권이나 대출을 할인된 가격에 매각한다면 미실현 손실은 실제 손실로 전환되고 당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런 유형의 은행 위기 즉, 부도와 탈주의 악순환이 매우 다루기 힘든 것은 이 때문이라고 저널은 말했다. 앞서 문을 닫은 세 은행이 모두 이런 역학관계의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만약 투자자들이 파산할 수 없는 은행만 원한다면 지금의 은행 신뢰 위기는 계속 끓어오르게 될 것이라고 저널은 덧붙였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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