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올해 상반기가 끝나가고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가 예상했던 경기침체 조짐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놀라운 회복세를 떠받친 소비 부분은 약해지기 시작했다고 CNBC방송이 8일(미국시간) 보도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경기침체 확률을 예측하는 데 사용하는 경제 지표들은 각각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지속되고 있고, 제조업 조사는 지난 몇개월 동안 침체 깜빡이를 켜고 있다. 그러나 IT업종에 집중된 해고는 광범위하게 확산하지 않고 있고, 여행 지출은 크게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견조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에 금리 인상을 건너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일 앞으로 12개월 사이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이 25%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쌓인 잉여 저축이 감소하고, 시중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견조한 소비가 지속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는 시간문제라면서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많다고 말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빅 글로벌 마켓 전략가는 "미국과 전 세계의 경기 확장세는 견조한 기반에 서 있으며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우려는 과장된 것 같다.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미국의 재화 지출 및 고용의 견조한 증가세 등 최근 나온 지표에서 나온 메시지는 이렇다. 그러나 경제지표는 또한 경기 확장세를 끝내는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가늠하기 어려운 소비 건전성

주택시장은 미국 소비자와 경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지만 가장 혼란스러운 모습이라고 CNBC는 말했다.

높아진 모기지 금리와 지역은행 위기에도 지난 몇 달 동안 신규 주택 판매는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작년 급격한 둔화세에서 반전한 것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기존 주택의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이어서 실제 수요를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거대 유통기업에서도 엇갈리는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타겟(NYS:TGT)은 지난달 매출 부진을 경고했으며, 달러 제너럴(NYS:DG)의 주가는 지난 1일 연간 전망 하향 소식에 급락했다.

반면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그룹(NAS:AAL)은 지난달 31일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했다. 견조한 소비와 연료비 감소를 이유로 제시했다. 고급 의류업체인 룰루레몬 애슬레티카(NAS:LULU)의 1분기 실적은 예상을 웃돌았고, 업체는 연간 가이던스를 높였다.

뉴욕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로렌 굿윈 이코노미스트 겸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경기 회복이 'K'자형으로 이뤄지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각각 다른 소득 계층의 재정건전성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엇갈리는 흐름은 소득 뿐만 아니라 나이에 따라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고용시장에 거는 마지막 기대

미국 경제를 낙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시장에 있다. 고용 증가가 지속되면서 저소득층 소비자에 도움을 주고 'K'자형 경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 플랫폼스(페이스북)(NAS:META)와 월트 디즈니(NYS:DIS), 골드만삭스(NYS:GS) 등이 새로 해고 소식을 밝히고 있지만 월간 고용은 계속 시장의 예상을 웃돌고 있다. 지난 4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는 채용 공고가 깜짝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채용사이트 인디드의 닉 벙커 리서치 디렉터는 그러나 채용 공고가 최근 몇 주 사이에 계속 둔화했다면서 고용시장은 회복세 초기 이후 냉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매우 탄탄하지만 다소 완만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지표 자체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신규 고용은 33만9천명 늘어났지만, 실업률은 3.7%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벙커는 "유별난 보고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실업률이 0.3%포인트 급등하는 것은 고용시장의 건전성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못한다고 본다. 또한 한 달 신규 고용이 33만9천명 늘어난 것 역시 시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으로든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 견해"라고 말했다.

고용지표는 종종 경제 약화를 보여주는 후행지표로 평가되며 이 때문에 침체가 임박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지난주 미국의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26만1천명으로 깜짝 증가해 고용시장의 균열이 확대되는 경고 신호가 나오기도 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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