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전 7시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 참석, 7시 30분 서울역 이동, 8시 울산행 KTX 탑승'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가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얼마 전 취임 2년 차에 돌입한 이 원장은 여전히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현장을 직접 발로 뛰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일정상 참석이 어려웠던 현장까지 막판 조율 끝에 자리를 채우는 '열정'을 보여줬다.

지난 22일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에 금감원은 당초 이명순 수석부원장이 자리하려다가, 행사 전일 저녁 급하게 이 원장으로 참석자를 변경했다.

이 원장 일정에 맞춰 간담회 시간도 기존 오전 10시에서 오전 7시로 바뀌었다.

이날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이 발표됐다.

해당 제도개선안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금융위와 금감원이 작년 8월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학계·법조계 등의 전문가들 및 금융회사들의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한 중대한 사안이다.

이번 발표 이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이 이뤄져야 실제 시행까지 이어질 수 있다 보니 국회의 협조도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남다르다.

다만 이 원장은 당초 22일 오전에 지방 현장 일정이 잡혀있어 물리적으로 간담회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울산에서 BNK경남은행의 '소상공인 희망드림 센터' 개소식 참석 및 수출 중소기업 현장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는데, 마침 간담회 시간과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통제 제도개선 사안 자체가 매우 중요하고, 금감원이 해당 방안 마련에도 참여한 데다 이를 금융업권에 처음 소개하고 업권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 금감원의 수장이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이 원장이 간담회 시간 조율 등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금융협회장과의 조율 등을 거쳐 간담회 시간이 행사 전일 변경됐고 이 원장도 지방 일정 출발 직전에 참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이 원장은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일정을 세운 만큼, 간담회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지는 못했고 도중에 이석해 울산행 KTX를 타야만 했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현장을 직접 발로 뛰고 금융권 및 유관기관과의 간담회를 수없이 개최하며 시장과 소통해왔다.

올해 들어서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차례로 방문하며 은행의 대규모 상생금융 지원책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을 했다.

이러한 면모로 검찰 출신 첫 금감원장으로서 금융시장 감시 및 금융사 감독·검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초창기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다만 이번처럼 금융위원장 주재 간담회의 일정이 금감원장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변경되는 상황은 거의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다소 의아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윤석열 라인의 막내'로 내년 4월 총선 출마 가능성까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광폭 행보가 이 원장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고 '다음 스텝'을 위한 정치적 포석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향후 이 원장이 어떤 길로 가느냐를 보면 금융권 안팎의 이러한 시각이 맞았는지 아닌지를 그제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권과의 소통 측면에서는 이 원장은 역대 금감원장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정책금융부 손지현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열린 2023 XBRL 국제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3.6.1 jieu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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