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독일계 도이치방크는 150여 년 전부터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했다. 1870년, 영국계 금융기관에 도전하고자 출범한 도이치방크는 초기부터 중국 상하이와 일본 요코하마에 진출했고, 1978년부터는 한국에서도 둥지를 틀었다.

독일과 똑 닮은 수출 중심의 제조업 국가를 뒷받침해온 도이치방크 그룹. 증권가에선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한국 도이치증권, 디더블유에스자산운용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0년에 세워진 한국 도이치증권은 한때 유럽계로는 드물게 한국물 시장에서 맹활약했으나, 2015년에 불거진 컴플라이언스 이슈 등으로 한국물 영업에서 수년 동안 서서히 손을 뗐다는 게 증권가의 기억이다.

그룹의 고난도 그 무렵부터였다. '전략 2020'이라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초대형 금융기관이 다시 태어나려고 몸부림쳤다. 이후 수년간 도이치방크 스토리가 심심치 않게 외신을 장식했는데, 올해 초까지도 위기설이 시장에 퍼졌다. 스위스계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면서 신종자본증권 AT1(코코본드)을 상각한 게 AT1 비중이 높은 도이치방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도이치방크는 분명 달라졌다. 강점에 집중하는 전략적 전환에 성공했고, 건전성도 나아져 목표를 웃도는 유동성과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갖추게 됐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도이치방크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높였다. 제임스 폰 몰트케 도이치방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등급 상향이 "도이치방크의 강점과 복원력을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한국 도이치증권도 이러한 맥락에서 다시 기지개를 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서울을 방문해 기자와 만난 세린 천 도이치방크 신흥국 세일즈 글로벌 공동 헤드가 "도이치방크야말로 한국 대기업 집단의 성장과 글로벌한 발전을 지원할 키플레이어"라고 자신했는데, 그로부터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도이치방크는 "한국에서 투자은행 역량을 키우고 채권발행시장(DCM)에 재진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5년 만에 한국 DCM에 복귀한 도이치증권에 키플레이어도 합류했다. 미즈호증권 아시아에서 한국 채권을 총괄했던 문정혜 본부장, CS 출신으로 삼성·현대차·롯데그룹 등과 일한 오신나 본부장이 영입된 것이다. 대기업 관련 경험이 풍부한 모건스탠리 출신의 사무엘 김이 아시아태평양 인수합병(M&A) 회장을 맡게 된 점도 눈에 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규모 해외 투자 자금을 조달해야 할 전망이다. DCM에 다시 뛰어든 한국 도이치증권이 어떠한 활약을 보여줄까. 얼마 전 도이치방크가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발표한 뒤 크리스티안 제빙 최고경영자(CEO)가 전 직원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보냈다. "모멘텀은 우리 편이다" "도이치방크의 전진은 우리 손에 달렸다" (투자금융부 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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