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역대급 세수결손에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가 다가오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세 속에서 근원물가까지 높아 유류세율 인상 시 민생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경제팀 개각을 촉구하는 등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지자 국민의힘과 정부는 '민생 챙기기'에 올인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9일 국회,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달 말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예정인 가운데 당정은 이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앞서 기재부는 2021년 11월 국제유가 오름세에 리터(ℓ)당 각 820원, 581원이던 휘발유와 경유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인하폭을 30%로 확대하고, 같은 해 7월부턴 인하폭을 37%까지 늘렸다.

올해 초 휘발유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자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만 25%로 축소한 정부는 지난 4월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8월 31일까지 한번 더 연장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이 작년보다 40조원 가까이 감소하는 등 역대급 세수결손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유류세를 다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5천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9조7천억원 줄었다.

만약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ℓ당 205원, 212원 가량 오르게 된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감소분은 지난해에만 5조5천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한동안 안정세였던 기름값이 산유국들의 자발적 감산 조치에 따라 최근 다시 오르면서 국내 기름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상황에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경우 민생 경제와 물가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 폐지가 새로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현재 '근원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계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상승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7월 6.8%를 기록한 뒤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날씨 등 계절 요인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국제유가 변동에 취약한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하기 때문에 주로 물가 변동의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한 근원물가지수로 활용된다.

높은 근원물가의 원인은 외식 물가가 주도하는 높은 서비스 물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주당이 민생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정부엔 부담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여유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정부를 향해 '경제바보'라고 지칭하며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인용하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경제 바보정부"라며 "머리는 부자감세, 말은 건전재정, 현실은 세수부족 엇박자에 정책 교조주의가 어리석음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가계부채, 물가, 민생 압박 쓰나미를 헤쳐 갈 종합 해법으로 세수 대책, 중국 등 수출여건 개선, 취약층 지원과 내수 활성화, 적극 재정, 한반도 긴장완화 등이 절실하다"며 "전면 경제 개각으로 경제정책 기조부터 전환하길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녹록치 않은 경제 상황에 야당의 공세 수위까지 높아지면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민생행보'에 올인하며 민생지원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전날 "지금부터 우리 당은 각급 위원회별로 국민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그 정책을 고도화하는 것을 물론, 입법과 예산을 통해 그 정책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민생 챙기기에 올인할 것"이라며 "여당은 야당과 말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민생을 개선하는 정책 입안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정책을 수행하는 능력을 통해 평가받는다는 사실을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정부와 여당이 시급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원팀이 되어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며 "제가 (정책위의장으로) 온 후 40차례 넘는 당정협의회가 진행됐으며, 실무당정은 수시로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인 '민생119'는 전날 쪽방촌을 찾아 폭염 속 주거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논의했고, 당내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TF'는 경기 양주 회천 A15 블록 현장을 찾아 보강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등 민생챙기기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외식물가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 분야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수해에 폭염, 고물가 등으로 민생이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어 당정이 수시로 당정협의를 진행하는 등 민생챙기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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