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가계부채 증가세와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속도 조절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세제 관련 내용은 제외됐고, 국회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법), 실거주 의무 폐지 등 관련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17일 국회 등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데다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원 늘어난 1천68조1천43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2021년 9월(당시 6조4천억원 증가)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 한 달간 6조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오름세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은 3월 말 0.25%에서 6월 말 0.27%로 상승했다.

세수 부족 우려도 부동산 정책 속도조절에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조7천억원 줄었다.

여기에 올해 공시지가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컸던 데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계획(60→80%)도 실행하지 않으면서 종합부동산세도 작년보다 2조원 이상 덜 걷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당장 정부도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에 부동산 관련 세제를 포함하지 않으면서다.

지난해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통해 부동산세 전반에 대한 부담 완화가 이미 이뤄진 만큼 당장 추가적인 개편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극심한 세수 부족으로 세원을 추가로 줄이는 세제 정책을 펴기에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을 완화하는 내용의 재초환법 개정안과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 등 부동산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여야 정쟁이 계속되며 민생 부동산 법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최대 10년이던 전매제한 기간이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최대 3년으로 완화됐다.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 등이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최장 5년까지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초환법 개정안도 답보 상태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재초환법 개정안은 6월 22일 국회 국토교통소위원회를 마지막으로 논의가 중단됐다.

해당 법안은 초과이익 부담금이 면제되는 금액 기준을 기존 3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부과 구간은 2천만원에서 7천만원으로 높여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건축초과이익 부담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여당 안이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하는 내용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6월 소위 논의 당시 부담금 부과 구간을 4천만원으로 낮춘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여야간 합의에 실패했다.

국회 국토위는 이달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현안이 적지 않아 법안 논의가 하반기에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야당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해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아파트의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 등 국토위에 산적한 현안이 많다"며 "당분간 법안 논의를 시작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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