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DCM 성과…"내년 커버리지 대대적 채용"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60년 역사의 대신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자기자본 3조원이라는 종투사 요건을 충족하고자 사옥까지 판다는 각오에 증권가의 관심이 쏠렸다.

5일 서울 중구 본사 사옥 '대신343'에서 만난 박성준 대신증권 IB(Investment Bank·투자은행) 부문장(전무)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무조건 가야 할 길"이라며 종투사로의 의지를 내비쳤다.

국내에서 종투사 문턱을 넘은 증권사는 61개 증권사 중 9곳에 불과하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난다. 헤지펀드 등에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와 외화 일반환전 업무도 가능하다.

대신증권은 사옥을 6천~7천억원가량에 매각하는 방안 등으로 자기자본 3조원 요건을 넘길 계획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2조300억원가량이다.

박 전무는 종투사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실적에서 앞서가는 상황을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IB 부문에서 경쟁사와 달리 고객사에 신용대출 등을 서비스할 수 없어 입찰에서 탈락한 경우도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자기자본 기준으로 10위 증권사다. 대신증권보다 덩치가 큰 대형 증권사는 모두 종투사다.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하나증권·KB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 등이다.

박 전무는 지금이 대형사와의 경쟁에 나설 적기라고 봤다.

초대형 IB나 종투사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투자로 타격을 입은 타이밍에 종투사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부문의 경쟁력도 대신증권의 무기다. 연합인포맥스 IPO 주관순위(화면번호 8417)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전일 기준 6위를 기록했다. 올해 5건의 코스닥 IPO를 달성하며 5위인 하나증권 밑을 바짝 뒤쫓고 있다.

박 전무는 "종투사 IB나 초대형 IB와 견줄 정도로 IPO가 강하다"며 "코스닥 상장이나 중견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대신증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커버리지가 부족해 대기업 계열사 영업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박 전무는 종투사 전환과 함께 커버리지 인력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기업으로부터 거래를 따오는 커버리지 인력은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따지며 이직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자본에 따른 기업 신용공여 여력이 클수록 커버리지 인력이 활약하기 쉽기 때문이다.

박 전무는 "종투사가 되면 커버리지 쪽에 좋은 인력이 많이 올 듯하다"며 "내년에 커버리지 인력을 대대적으로 채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으로 인재가 모이면 박 전무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박 전무는 IB부문 직원들이 종투사 전환으로 큰 동기부여를 얻을 것으로 봤다. 젊은 직원들의 경우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사기가 떨어져 이직까지 고려한다는 게 박 전무의 의견이다.

박 전무의 동기부여 리더십은 올해 성과로 나타났다.

연합인포맥스 채권별 주관종합(화면번호 8450)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5천678억원어치 일반 회사채를 주관하며 금액 기준으로 11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452억원 대비로 300%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대신증권이 약점으로 꼽혔던 채권발행시장(DCM)에서 발전을 이뤄내는 모양새다.

박 전무는 "편안하게 성취할 수 있는 목표 대신 다소 상향한 목표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신증권은 다른 회사와 비교해 임원보다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더 많이 분배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은 '보수적인 DNA'에 걸맞게 종투사 전환 뒤에도 리스크 관리에 힘쓸 방침이다. 특히 증권업계에서 리스크 관리에 강하다고 이름난 메리츠증권 출신의 길기모 리스크관리부문 전무는 종투사 리스크관리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박 전무는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종투사로 가고 초대형 IB로 가더라도 대신증권만의 DNA를 생각하면 걱정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이 내년 상반기에 종투사 인가를 얻는다면 초대형 IB를 다음 목표로 삼을 전망이다. 초대형 IB 요건은 자기자본 4조 이상으로,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삼성증권 등이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1999년에 대신증권에 입사한 뒤 '대신맨'으로만 살아온 박 전무는 "초대형 IB가 되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는 셈"이라며 "후배들에게 과거의 위상을 물려준 뒤 퇴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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