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금리 고점, 4.75% 또는 그 이상"
"한국 국고채 시장 진입하기 재밌는 상황"

프랭클린템플턴 채권 CIO "미국 장기금리 더 오른다…원화는 강세"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1조5천억달러(약 1천990조원)에 가까운 돈을 굴리는 프랭클린템플턴에서 채권을 운용하는 소날 데사이 박사는 "채권은 사실 약간은 지루해야 한다"고 말했다.

76년 역사의 프랭클린템플턴 그룹 산하 프랭클린템플턴 픽스드 인컴에서 부사장(Vice President)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은 소날 데사이는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프랭클린탬플턴투자자문 사무실에서 가진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투자철학을 밝혔다.

소날 데사이 CIO는 "프랭클린템플턴 픽스드인컴의 철학은 리스크관리"라며 "시장이 하락할 때는 시장보다 나은 수익률을, 시장이 상승할 때는 시장만큼의 수익률을 내는 게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 보호에 집중한다는 데사이 CIO는 사람들이 지난 20년 동안 주식 같은 무언가를 채권으로부터 원했다면서 "채권은 그런 게 아니다, 지나치게 재밌어선 안 된다"라고 했다. 보수적인 채권운용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47년에 세워진 프랭클린(현 프랭클린템플턴)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름을 땄다. 신중한 투자를 강조한 벤저민 프랭클린을 창업자 루퍼트 존슨이 존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랭클린은 보수적인 투자철학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안전자산인 채권에 강점을 지녔다.

글로벌 채권 시장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에 관해 데사이 CIO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2일 오후 미 10년물 금리는 4.29%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3.7~3.8% 수준보다 높아졌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크게 둔화하지 않는 경제와 크게 낮아지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10년물 금리를 움직이고 있다고 데사이 CIO는 설명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가 10년물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이유로 미 신용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도 미 10년물 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일본 채권이 매력을 갖추면서 미국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수정하며 장기금리의 상승을 천천히 유도하고 있다.

데사이 CIO가 전망하는 미 10년물 금리 고점은 4.75% 또는 그 이상이다.

그는 "현재 연방기금금리가 5.25%~5.5%지만 10년물 금리는 4.25% 정도"라며 "100bp(1bp=0.01%P)에 달하는 수익률 곡선 역전"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 곡선 역전이란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이례적인 현상을 말한다. 시장에선 이러한 현상을 경기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인다.

이어 그는 "지난 세 차례의 침체 때 수익률 곡선 역전은 40bp였다"며 "침체가 언젠가 온다면 아마 40bp의 수익률 곡선 역전을 볼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거의 사례를 고려할 경우 10년물 금리가 현재의 연방기금금리보다 40bp 이상 낮은 4.75% 수준으로 상승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만약 침체가 오지 않는다면 수익률 곡선 중 장기채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해서는 최근의 유가 상승이 또다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경우 금리가 연내 한 차례 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내년 하반기 50~75bp 인하를 예상했다. 노동시장의 지속적인 약화라는 가정이 깔린 전망이다.

데사이 CIO는 "만약 미국 경제가 성장률 2.5%, 실업률 3.5~4.5%라는 현재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경제가 고금리를 감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라며 "이 경우 연준은 시장 예상만큼 일찍 금리를 내리진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한국 채권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데사이 CIO는 "한국 국고채 시장에 진입하기 재밌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반도체 불황 등으로 금리를 인상하지도, 끈적한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를 인하하지도 않을 단계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원화 가치도 매력적이라고 봤다.

지정학적 대결 속에서 미국과 유럽이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산업이 혜택을 누린다는 전망이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 중기적으로 경제 펀더멘털에 기여하면 원화 가치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에 대한 프랭클린템플턴의 다짐을 묻자 "우리는 한국에 진출한 첫 외국인 투자자 중 하나로 지난 25년 동안 활동했다"며 "한국에서 활동하는 게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국민연금이 있는 전주에서 연락사무소를 개최한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위탁운용사(2023년 2분기 말 기준) 18곳 중 하나다.

데사이 CIO는 "한국 고객에게 매우 감사하다"며 "한국 고객이 우리를 신뢰하고 한국인의 자금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데 매우 기쁘다"고 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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