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파이낸셜그룹 사옥 대신343에서 보이는 명동 성당


○…"5층은 안 팔면 안 되나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목표로 사옥을 팔려는 대신증권의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다. 매각 뒤 임차가 가능한 건물인데도 아쉬워하는 직원의 귀여운 마음이 엿보인다.

지난 7월, 대신증권은 사옥 대신 미래의 성장을 선택했다. 건물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자기자본 요건(3조원)을 채워 종투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신증권은 이지스자산운용과 지하 7층~지상26층 규모의 대신343 매각을 협상 중이다. 대신증권의 한 임원은 "사옥을 내놨다는 사실이 (종투사로 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다만 그도 "명동성당을 앞마당처럼 내다볼 수 있는 곳은 이 건물밖에 없다"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주소인 중구 삼일대로 343에서 이름을 딴 대신343 빌딩은 2017년 준공 이후 대신파이낸셜그룹 임직원의 일터이자 쉼터였다.

특히 복층 구조의 5층은 대신증권 직원에게 힐링의 공간이다. 통창 밖으로 웅장함을 드러내는 고딕 장식의 명동 성당을 감상할 수 있다. 머리가 복잡할 때 멍을 때리거나, 점심때 소파에서 잠을 청한다. 직원 전용 카페인 카페 343에선 대회에서 입상한 바리스타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직원이 성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5층에 위치한 대신 더라이브러리는 국내 기업의 사내 도서관 중 독보적인 수준이다. 서가에 2만여 권이 꽂혀있는데, 금융인의 역량 강화에 필요한 경제·경영 도서뿐 아니라 예술·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다. "나의 역사는 내가 읽어온 책의 역사"라는 게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의 생각이다.

대신343 곳곳에는 예술작품도 있다. 3층에는 40여 년 전 선보여진 증권업계 '1호 시세 전광판'이 작품으로 새로 태어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이키델릭-팝 문화를 이끄는 스티븐 해링턴의 형광색 미술작품은 대신증권을 방문한 이들을 1층에서 맞이한다. 관계에 초점을 맞춘 프랑스계 미국인 루이즈 부르주아의 조각상도 눈에 띄는데, 그 옆에 창업자 송촌(松村) 양재봉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양재봉은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중시했다. 그가 1962년 7월에 설립된 삼락증권의 후신인 중보증권을 1975년에 인수해 '큰 대(大) 믿을 신(信)'으로 개칭한 게 오늘날의 대신증권이다. 대신증권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많은 풍랑을 극복하며 60년 넘게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대신증권이 사옥 대신 종투사를 택한 이유도 고객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난다. 증권사가 고객사에 신용대출 등을 제공하며 관계를 다지면 또 다른 기업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선순환이 형성된다. 종투사를 노리는 대신증권은 고객사와의 관계를 담당하는 커버리지 인력을 대대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대신증권 임직원은 사옥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고객과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의 한 직원은 "긴 취업 기간 뒤 5층에서 신입 OT를 받을 때 통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나 좋았다"며 사옥에 대한 애정을 보이면서도 "내년 상반기 중에 종투사로 전환하면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더 멀리 가는 대신증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투자금융부 서영태 기자)

ytse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2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