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출두하는 샘 뱅크먼-프리드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의 신성(新星)이 결국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FTX를 설립한 샘 뱅크먼-프리드. 가상자산 업계의 제왕으로 불렸던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2일 뉴욕 법원에서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증권사기 등 7개 혐의에 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고객 자금을 빼돌려 호화 부동산을 사들인 뱅크먼-프리드가 1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 검찰은 가상자산 산업이 새로운 산업이라면서도, 뱅크먼-프리드의 사기행각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범죄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도 스캔들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지난 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900억 원에 달하는 가상자산 사기 혐의를 받는 이희진 씨가 법정에 섰다.

구속기소가 된 이 씨는 동생 이희문 씨와 함께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피카(PICA) 등 코인 3종목을 발행·상장한 뒤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조종으로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준 테라-루나 사건의 첫 공판도 열렸다.

테라 관련 사업을 총괄하며 투자자에게 대규모 손실을 안긴 혐의를 받는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측은 지난달 3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 씨와의 사업적 분리 사실을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은 가상자산을 등장시켰고, 가상자산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전통 금융산업은 가상자산이 유망하다고 여기며 각종 협의체와 조직을 신설 중이다.

하지만 대중이 보는 가상자산업계는 사건·사고와 금융 범죄의 온상이다. "가상자산 투자는 절대 해선 안 된다"라는 말이 일상에서 쉽게 들린다. 이러한 시각을 바꾸려면 블록체인 기술을 건전하게 사용하고, 효용성을 입증하려는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채권은 모범적 사례 중 하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블록체인은 채권 거래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암호자산 기술과 관련된 혁신에서 월가가 조용히 선봉에 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FTX 같은 스타트업은 실패했지만, JP모건체이스·UBS·블랙록과 같은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기술을 채권 등에 적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블록체인 채권의 장점인 정보의 투명성과 신속성에 주목했다. 블록체인 채권의 경우 소유·거래 등 관련 정보를 참여자끼리 실시간으로 분산 저장한다. 특히 채권 장외시장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비대칭적이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예컨대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JP모건은 오닉스라는 자산 토큰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금융기관이 초단기 자금을 빌리고자 찾는 레포 시장에서 담보로 쓰이는 국채를 토큰화해 초단기 대차거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고 있다.

사실상 홍콩 중앙은행인 홍콩통화청은 프로젝트 에버그린을 지난해 시작했다. 녹색 채권을 토큰화해 채권시장 내 효율성·유동성·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받는 프로젝트다.

올해 독일에선 전자 기업 지멘스가 6천만 유로(약 844억 원) 규모의 디지털채권을 발행해 화제였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직접 채권을 판매했다.

국내에서도 기업이 기관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발행 비용을 낮춘다면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판매 수수료라는 문턱도 낮아지면 개인투자자의 채권시장 접근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블록체인이 기업의 자금조달과 가계의 자산증대에 이바지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 블록체인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사회에 해악이 될 수도, 이익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관련 범죄를 엄단하면서도, 혁신을 장려하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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