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주주환원만 대만 수준으로 올라가면 코스피지수는 2,400이 아니라 4,800이 돼야 한다"

KCGI자산운용의 명재엽 주식운용팀장은 2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증시를 대만 증시와 비교해 보면 주주환원 하나만으로 100%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견이다.

KCGI운용은 지난 8월 메리츠운용의 대주주가 KCGI로 바뀌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메리츠운용의 장기투자 철학을 계승하면서 KCGI의 색깔인 주주행동주의를 입혔다.

앞으로 KCGI운용은 한국 증시가 저평가받는 부분을 개선하면서 고객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것이다.

명 팀장은 "한국 증시에는 저평가된 회사가 워낙 많다"며 "KCGI운용이 만들어낼 상승 여력도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명재엽 팀장과의 일문일답.
--우리나라에 행동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한국 증시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적용된다. 한국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가는 반면 주식시장은 박한 평가를 받는다. 우선 가장 큰 원인은 빈약한 주주환원이다. 한국에선 기업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 둘째는 거버넌스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비교해 유독 기업지배구조가 후진적인 편이다. KCGI운용은 이러한 부분을 투자 기회로 여긴다. 한국 증시에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올리는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가 코스피지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 증시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증시는 대만이다. 한국과 대만의 경제구조가 비슷하고, 증시에서 정보기술(IT)·반도체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와 TSMC라는 시가총액 1위 종목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한국과 대만은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대만 가권지수의 주주환원율은 코스피지수의 2배 정도다. 기업이 100을 벌면 코스피 상장사는 24%를 환원하고, 대만 상장사는 45~50%를 환원한다. 이로 인해 코스피 PBR은 0.9배, 가권지수 PBR은 1.8배다. 한국 기업이 주주환원만 대만 수준으로 개선하면 코스피지수는 현재 2,400포인트에서 4,800포인트가 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지원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급증했고, 기업의 주주환원율도 높아졌다. 여러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닛케이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한국 증시에는 저평가된 회사가 워낙 많기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의 투자 대상이 될 회사가 너무 많다. KCGI운용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승 여력도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행동주의가 사회적인 정의라기보다는 수익률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이야기한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주주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현대엘리베이터는 우리나라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1위를 유지할 법한 지배적인 사업자다.

올해 3월 대법원이 현대엘리베이터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취지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 주주대표 소송에서 최고경영진이 패소하면서 회사에 2천800억원 규모의 배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최고경영진이 대주주라는 이유로 계속 자리를 지켜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를 대상으로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대주주의 이사회 퇴임과 수익성 개선, 임원들의 성과평가 합리화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홀딩스컴퍼니를 통해서 지배하고 있다. 현 회장이 얼마 전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 사임을 공시했고, 향후 전체 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겠다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도 공시했다.

KCGI운용은 이를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로서 요청했던 기업지배구조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한다. 앞으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수익성을 높일 방안 또는 방향성을 제시해나갈 계획이다.

엘리베이터 사업은 신규 설치 뒤에 유지보수 매출을 장기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사업이다. 해외 엘리베이터 회사가 높은 주가배수로 거래되는 이유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 사업 외에 호텔업 또는 관광업처럼 수익이 높지 않은 사업으로 회사의 자본이 비효율적으로 배치돼 있다. KCGI운용은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고 효율적으로 자본을 배치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며 주주의 비례적인 이익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다.

--KCGI운용으로 새로운 간판을 건 이후 성과는

▲사명을 바꾼 이후 첫 공모펀드로 ESG동방성장 펀드를 출시했다. 대주주와 일반주주, 임직원 등이 대립하지 않고 동반성장할 수 있는 펀드다.

ESG전략이나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주주관여 전략은 모두 3년 전에 가입한 스튜어드십코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직은 운용업계가 스튜워드십 활동을 펼치기에는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 한국 금융사회에서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때문이다.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스튜어드십코드이지만 KCGI운용은 실제로 유효한 활동을 펼치고자 한다. 새롭게 출시한 펀드로 주주 관여와 제안, 경영 컨설팅의 역할을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기업 가치를 올리고 펀드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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