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인사하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판이 바뀔 수 있다"

달라질 리더십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NH투자·메리츠·키움증권의 대표가 바뀌었고, 대표가 바뀌지 않은 증권사에서도 새로운 얼굴의 부문장·본부장이 각자의 조직을 이끌게 됐다.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다. 내년에도 증권업계의 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구성원은 리더를 바라본다.

'월가 왕(King of Wall Street)'이라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체이스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은 위기 때 빛을 발한다. 위기관리를 중시해 '다이먼 원칙(Dimon principle)'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모든 자산과 부채, 사람을 알고,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다이먼의 40여 년 커리어는 위기에 빠진 금융회사를 되살린 에피소드로 점철됐다.

1956년생으로 증권 브로커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다이먼은 터프츠대학교·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커리어를 시작했다.

다이먼은 젊을 때부터 금융사 경영진이었다. 말단에서 수장으로 승진하는 커리어가 아니었다. 아버지 상사인 샌디 웨일을 스승으로 모시며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증권사업 부문에서 일하다가 함께 퇴사했고, 웨일이 사들인 커머셜 크레디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이때가 서른 살이었다.

스승 웨일은 증권사 시어슨을 창업하고 미국 2위로 키운 인물이다. 위기에 빠진 회사를 헐값에 인수·정상화한 뒤 제값에 팔고, 다시 새 회사를 인수하는 경영 스타일로 알려졌다.

웨일의 오른팔 다이먼은 커머셜 크레디트를 흑자 전환했고, 증권·보험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증권사 스미스 바니를 거느린 프라이메리카를 삼켰고, 프라이메리카를 보험사 트레블러스와 합쳤다. 다이먼과 웨일이 일군 트레블러스그룹은 다시 씨티은행과 합병하며 1998년에 씨티그룹으로 거듭났다.

적자를 기록하던 위기의 소형 대출업체 커머셜 크레디트를 발판 삼아 초대형 금융회사 씨티그룹의 경영진으로 성장했던 다이내믹한 10여 년이었다.

이후 웨일과의 갈등으로 씨티그룹에서 쫓겨난 다이먼은 40대 중반에 위기에 빠진 금융회사를 또다시 경영하기로 했다. 2000년에 미국 5위 은행 뱅크 원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것이다.

여러 투자 실패 등으로 적자를 냈던 뱅크 원에서 다이먼은 피를 보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부임 첫해에 고위 임원 12명 중 11명을 교체했고, 문제였던 카드 사업을 정리하며 7천 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직원에게 "월스트리트저널은 직접 돈을 주고 사봐라"라며 회사의 신문구독료까지 아꼈던 다이먼은 결국 뱅크 원을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뱅크 원은 2004년에 JP모간에 인수됐고, 다이먼은 2년 뒤 JP모간 CEO 자리에 오른다. 현재까지 18년 동안 JP모간을 이끌며 세계 최고의 금융회사로 성장시킨 성공 스토리의 시작이었다.

다이먼은 JP모간에서 월가 최장수 CEO로 군림하기까지 시간의 시험을 거쳤다.

첫 시험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을 갖춘 다이먼은 주택금융 포트폴리오 중 가장 부실한 부분을 진작 정리했고,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에 크게 참여하지 않았기에 직격탄을 맞진 않았다. 그러면서 부실해진 투자은행 베어 스턴스를 인수하며 미국 1등이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냉철함을 발휘해 베어 스턴스의 인력을 절반 이하로 줄이며 강점인 프라임 브로커리지와 헤지펀드 사업을 흡수한 것이다.

2012년엔 JP모간 런던 지사에서 사고가 났다. 이른바 '런던 고래' 사건이다. 파생상품 프랍 트레이딩으로 최소 62억 달러(약 8조2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다이먼은 해당 포트폴리오와 관련된 모든 운용역을 해고했다. 이어 최고위험관리자(CRO)의 권한을 재설정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당시 주주와 이사회는 다이먼의 연봉을 50% 삭감하면서도, JP모간의 지휘봉을 계속해서 맡겼다. 뛰어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다이먼은 JP모간을 넘어 미국 금융권 전체의 위기 때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올해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 후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해 부실해진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를 떠안기로 한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 격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도 활동하며 미국 경제계를 주도하기도 한다. 정치권 인맥도 두터워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는 리더다.

한평생 금융회사 경영인으로 숱한 위기의 해답을 찾아온 다이먼은 훌륭한 리더십의 비결을 묻는 말에 "겸손함과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조언했다.

"창구 직원이 나보다 나은 답을 종종 갖고 있다. 창구 직원은 우리가 굴리는 시스템을 실제로 사용한다. 시스템이 바보 같은지 아닌지 답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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