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지수 주가 추이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주주행동주의자 아베 신조를 만나보세요(Meet Shinzo Abe, shareholder activist)"

세계적인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가 2015년 6월에 발간한 아베 전 일본 총리 스토리의 제목이다. 아베 전 총리는 주로 아베노믹스·3개의 화살 등의 경제정책으로 알려졌고, 행동주의자적 면모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었다.

2022년 7월, 총기 테러로 목숨을 잃은 아베 전 총리의 자본시장 정책은 일본 주식시장이 불을 뿜는 요사이에 또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연초 이후 닛케이지수는 3만7천 선에 육박하며 버블경제 때인 1989년의 고점(38,957.00)을 넘보는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전 세계 꼴찌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인 코스피를 바라보는 한국 입장에선 이웃 나라 일본이 먼 나라 같다.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과 일본의 증시가 엇갈리는 것과 관련해 아베 전 총리가 10년 전부터 펼쳤던 정책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4일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가까운 일본에서는 정부와 거래소 상장기업이 함께 프로그램을 도입해 자본시장이 굉장히 활성화됐다"고 했다.

고령화로 활력을 잃은 일본에서 돈이 돌기를 원했던 아베 전 총리의 눈에 들어온 건 상장기업이 쌓은 수백조 엔의 현금이었다. 주주자본주의를 도구로 삼아 기업의 현금을 사회로 되돌리고,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해 장기 저성장을 돌파하는 게 아베의 구상이었다.

2014년과 2015년의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 지배구조 코드'는 아베의 대표적인 자본시장 정책으로 여겨진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1년 만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상인 상장사는 25%에서 33%로 증가했고, 지배구조 코드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로 해외 투자자의 매수세가 증가했었다.

일본 재계 단체인 경제단체연합회가 아베의 개혁을 희석하려고 하는 등 저항도 있었지만, 아베는 꿋꿋하게 구조개혁을 추진했고 이를 도울 해외 행동주의 펀드와도 접촉했다. 기업에 주주가치 제고를 요청하는 외국계 펀드를 '기업 사냥꾼'으로 몰아가던 분위기를 총리가 직접 나서서 바꾼 것이다.

도쿄증권거래소도 아베와 합을 맞췄다. 최고경영자(CEO)가 상장사와 행동주의 투자자의 "솔직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촉구하는 등 건설적인 대화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자 했다. 거래소는 PBR(주가자산비율) 1배를 밑도는 상장사에 주가 상승 방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민생토론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하는 등 우리 정부도 자본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4일 간담회에서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2차 아베 내각이 출범했던 2012년 12월 1만 선을 밑돌던 닛케이지수가 3만7천 선까지 오르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 정부도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주주권익을 중요시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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