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후유증이 향후 7~8년간 이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PF 부실이 만성화된 리스크로 변해 국내 경제를 좀비처럼 괴롭히는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일 연합인포맥스가 개최한 '2024년 부동산 및 PF 시장 전망'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해 이같이 설명했다.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최된 행사에는 금융기관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연구원은 "시중은행이나 주요 금융기관의 버퍼는 충분하지만, PF 후유증은 7~8년간 장기화할 것이다"며 "좋게 말하면 특정 경제 주체가 크게 당하지 않는 것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어떤 주체도 PF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대응하는 체계적 관리 능력이 역설적으로 PF 여파의 장기화를 초래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V자 턴어라운드'가 나타난 것과 달리 이번 PF 부실은 손실을 각 경제 주체에 천천히 흡수시켜 그 여파가 오래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PF 시장의 화두로는 브릿지론과 시공사 리스크를 꼽았다. 미착공 브릿지론 사업장의 경우 지난해 계속된 만기 연장 등으로 이자 비용이 누증된 상태다. 시공사 리스크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지난해 법정관리 등으로 넘어간 건설사가 도급순위 200~300위권에 해당하는 것과 달리 점차 100위권 이내에서도 이런 사례들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21년 낙관적인 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PF 런칭을 했는데, 2022년부터 공사비 등이 급등했다. 이 당시 착공에 나선 현장은 대부분이 준공 지연 상태다"며 "건설사의 운전자본 부담이 커질 것이다. 이걸 버텨낼 만한 시공사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에선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가 PF 시장의 '약한 고리'로 꼽혔다. 지난해 4월 시작된 대주단협약에 의해 부실이 이연된 브릿지론 사업장의 사업성이 대부분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르피에드청담 등 새마을금고가 대규모 PF 대출을 내준 사업장들도 문제다. 선순위 대주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후순위 대주로 있는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들이 손실을 직면하게 된다.

그는 "르피에드청담 같은 상징적 프로젝트가 PF 시장에서 새마을금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올해 구조조정에 대한 속도와 트리거는 이쪽에서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택시장은 다소 침체를 겪겠지만, PF 위기의 핵심은 아니라고 그는 봤다. 주택의 주 수요층인 30대 인구가 24년부터 점차 순증하고,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5만명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또 2025년부터 모든 부동산군이 공급 충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는 12개월을 참으면 좋은 세상이 온다는 걸 알지만, 버틸 체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올해가 괴로움의 절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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