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지 히로미 일본거래소그룹 CEO


○…"야마지 상은 매우 친절한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그의 연설은 매우 다이나믹하죠."

지난주 일본 도쿄도 주오구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만난 관계자는 야마지 히로미 일본거래소그룹(JPX) 최고경영자(CEO)의 성격을 이같이 표현했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도쿄증권거래소·오사카거래소 등을 거느린 일본거래소그룹을 역동적으로 이끄는 야마지 CEO는 "도쿄에서 가장 왕성한 액티비스트"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4월, 일본거래소그룹 CEO를 맡은 후 그가 추진해온 거래소 개혁이 일본 상장사의 변화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문 교토대학교를 졸업한 뒤 1977년부터 36년가량 일본 대표 증권사인 노무라에서 일했던 야마지는 회사에서 잘나가던 '글로벌 통'이었다. 노무라의 런던과 뉴욕 법인 등을 이끌며 회사를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시키는 데 일조했다. 야마지는 이때 선진국 투자자와 소통하는 법을 익혔다.

'노무라 맨'으로서의 생활을 끝낸 야마지가 2013년에 택한 곳은 일본 최고의 파생상품 거래소인 오사카거래소였다. 오사카거래소 CEO를 마친 이후 야마지는 도쿄상품거래소 임원과 도쿄증권거래소 CEO 자리를 거쳤고, 일본거래소그룹 근무 10년 만에 그룹 CEO 자리에 올랐다.

노무라에서 투자은행 업무를 맡으며 미국과 유럽 시장을 경험했던 야마지가 일본거래소그룹 CEO로서 꼽은 과제는 주요국 대비 낮은 상장사 ROE(자기자본이익률)와 PBR(주가순자산배율)이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으로 일본 TOPIX500 구성 종목 중 ROE 8% 미만인 비중은 40%로, 미국 S&P500(14%)과 유럽 STOXX600(19%) 대비로 훨씬 컸다.

PBR의 경우 TOPIX500 종목 중 1 미만인 비중이 43%로, S&P500(5%)·STOXX600(24%)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유럽 상장사보다 뒤처진 일본 기업을 겨냥해 야마지 CEO는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에 관한 정보를 상장사 스스로가 공시하도록 요청했다. 거래소가 판을 깔면 체면을 중시하는 일본 경영진이 또래압력(peer pressure) 때문에 알아서 개선 계획 내놓을 것이란 혜안이었다.

실제로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1부 시장인 프라임 마켓 상장사 중 54%가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등 야마지 CEO의 계획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동적인 거래소를 '게임체인저'로 탈바꿈시킨 야마지 CEO는 상장사 저평가를 해결해야 일본 경제가 달라질 것으로 봤다. 시장 매력을 끌어올려 주식보다 저축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자금을 유입시켜야 가계소득을 두텁게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2천조엔을 웃도는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절반가량은 예·적금 등으로 집계됐다. 이 막대한 자금을 증시로 이동시켜야 고령화 사회 속 연금투자 수익률을 높이고 노후의 안녕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야마지 CEO의 논리다.

일본 정부가 선보인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와 '금융경제 이해력 강화', '투자 소득 두 배 늘리기' 계획 등은 야마지 CEO에게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에서 기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야마지 CEO의 무기다. 개방성을 강조하는 야마지 CEO는 국내외 시장 참가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통찰을 얻고 더 나은 시장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뿐만 아니라 상장사도 외국인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야마지 CEO는 권고한다. 외국인 투자자를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더 나은 경영 의사결정과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도쿄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경영에 참여하려는 외국인 투자자 중 일본 기업이 달라졌다는 곳이 많다"며 "기업이 개방성 측면에서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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