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온다예 기자 = 증권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내·외부와 소통하는 대표이사(CEO)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마지막까지 그다운 행보를 보였다.

스스로 '아름다운 퇴장'을 택해 6년간 이끈 NH투자증권을 오는 27일 떠나게 된 정영채 사장은 시간을 쪼개 임직원 행사를 직접 방문해 현재의 NH투자증권을 함께 만들어온 '파트너'들에게 독려의 말을 남겼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지난 23일 진행된 제15회 금융투자인 마라톤 대회인 '불스레이스'가 끝난 뒤 오전 11시께 윤병운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와 함께 뒤풀이를 진행 중인 NH투자증권 부스를 찾았다.

이날 정 사장은 임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10여개의 테이블을 직접 돌아다니며, 20여년간 본인이 몸담은 NH투자증권과 임직원들의 미래를 위한 격려와 충고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퇴직연금 관련 부서장들이 모여있는 테이블에서는 11월 시행 예정인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에 대해 가장 먼저 언급했다.

정 사장은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고객이 가장 원하던 제도"라며 "11월 이후부터는 은행이 70%가량을 차지하는 퇴직연금이 자본시장으로 쏟아진다. 수비수가 아닌 어떻게 더 많이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입장인 우리로서는 기회"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가 NH투자증권에서 사장으로 역임한 6년간 가장 1순위로 중요시했던 '고객'을 향한 진심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돈 받을 때까지만 잘해주고 돈 받는 순간 관심을 뚝 끊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를 관리해줄 것이란 믿음을 드려야 한다"며 "100세시대연구소를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37년간의 증권맨 생활 가운데 20여년을 몸담은 NH투자증권을 떠나게 된 소회도 밝혔다.

그는 "우리 회사가 옵티머스만 빼고 보면 너무나 완벽했다. 옵티머스 사태만 없었으면 우리 회사는 더 높은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라며 "우리를 찾아온 우리 고객이니까 우리 책임이다. '내가 그때 어떻게 했으면 옵티머스를 피할 수 있었을까'하는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정 사장은 지난 2018년 사장 취임 이후 영업실적 기반의 KPI(핵심성과지표)를 없애는 등 고객 가치 증대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불행히도 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NH투자증권의 고객들이 옵티머스 펀드를 찾았고, 4천억원대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편입하는 안정적인 구조라는 '사기'를 통해 당시 시장에서 10조원가량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대형 증권사가 사기성 상품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 사장은 도의적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보스가 운발이 떨어지면 어딘가에서 사고가 난다"는 자조적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정 사장은 CEO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미래를 시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37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다. 새벽에 나가서 밤 12시 넘어서 들어갔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내가 아버지인 줄 알았을 정도"라며 "과거의 삶에서 1년을 더할 건지, 지금 그만두고 60세부터 100세까지의 미래를 위한 1년을 시작할 건지 중에서는 미래가 낫지 않냐"고 말했다.

정 사장은 금투업계를 잘 아는 사람이 NH투자증권을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신념하에 고된 수장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 그가 자리를 물려주게 된 윤병운 IB1사업부 대표(부사장)에 대해 "나보다 낫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는 지난 2005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으로 합류하면서 윤 대표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서로 정 사장은 '유비이고 싶은 조조', 윤 대표는 '장비 스타일의 관우'라고 칭하는 그들은 NH투자증권을 함께 업계 최고 하우스로 만들어갔다.

임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오전 일정을 바삐 마무리하고 점심시간 불스레이스 내 NH투자증권 부스를 찾은 정 사장은 "19년을 NH투자증권에서 일했고 CEO가 된 뒤 6년간 나와 함께 일한 내 파트너들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회사가 내가 CEO가 될 때보다 좋아진 건 맞다. 나는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이고 실현한 건 내 파트너들 덕분"이라고 공을 넘겼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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