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통해 회사채 거래하려면 며칠 기다려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연달아 채권 전자거래 플랫폼을 내놨음에도 이용하는 시장 참가자가 별로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최소 6곳 정도의 플랫폼이 월가에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들과 계약한 고객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아직 초기 단계인 전자거래 플랫폼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신이 들기 전에는 투자자들이 특정 업체와 관계를 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누스캐피털그룹의 존 딜리 채권트레이딩 총괄헤드는 "(전자거래는)많은 시간만 버리는 게 될 수 있다"면서 "대다수 업체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널에 따르면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UBS는 이미 전자거래 플랫폼을 출범시켰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도 새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트레이드웹은 회사채 거래 시스템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 앞서 사업을 시작한 마켓엑세스, 본즈닷컴 같은 플랫폼도 운영되고 있다.

골드만 측은 지난 6월 '지세션스(GSessions)'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선보인 이후 100회가량의 입찰을 실시했으며, 60개 정도의 기관들이 170회의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의 대변인은 "플랫폼은 성공적"이라면서 "트레이딩 사업에서 플랫폼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할 계획은 전혀 없으며,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와 UBS, 트레이드웹 등은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저널은 전했다.

전자거래 플랫폼은 유동성 고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회사채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돌파구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으나 이용이 저조하면서 회사채 투자자들의 불편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지난 22일 송고된 '글로벌 회사채, 가격급락 우려 커져…규제가 한몫' 기사와 지난 6월1일 송고된 '월街, '회사채 유동성 고갈' 논의 회동' 기사 참조)

월가의 중개 기관(브로커)을 통해 거래하려면 종종 며칠을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저널은 전했다.

뉴욕 소재 뉴버거버먼그룹의 데이브 브라운 매지너는 "(금융위기 전인)5년 전보다 훨씬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돈을 움직이려면 시간이 더 길어진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계 전반의 노력이 결실을 볼 것이라는 기대로 전자 플랫폼과 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속셈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앞으로 양상이 변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매니저는 "문제 해결에는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 모든 시장 참가자가 동의하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큰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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