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수 대구은행장(DGB금융지주 회장)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OOO님~"

하춘수 대구은행장(59)은 차 안에서도 쉴 틈이 없다.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은행 업무 외에도 하루 적어도 3~4번, 주말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동해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이 힘들 법도 한데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휴대폰 주소록을 연다.

비서가 챙겨준 스케줄을 보니 오늘은 모두 4명.

그는 '카카오톡'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일일이 녹음해 주요 고객에게 '감동'을 전송한다.

하춘수 행장의 감성 경영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 행장은 1971년 평직원으로 입사한 후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 3월 대구은행 행장직에 올라, 올 3월 연임에 성공한 정통 대구은행맨이다.

성공의 비결은 안팎을 아우르는 '소통의 힘'이다.

취임 당시 '희망을 향한 동행'을 경영방침으로 내세웠던 하 행장은 위기에 시달리는 지역 중소기업을 깜짝 방문해 대출 지원을 약속하기도 하고, 소상공인을 직접 찾아가 애로 사항을 듣는다.

감동을 주는 대상은 고객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연미복을 입고 성악을 부르거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력은 실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3분기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실적 악화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나 증가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은행권 수익 전망이 밝지 못하고 시중은행의 지방 공략도 나날이 거세지고 있지만, 하 행장은 '카톡 노래'처럼 남이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전략으로 고객에게 밀착한다.

냉철한 비즈니스에도 감성이 이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지역 은행보다 더 낮춰주겠다는 식으로 고객을 유인해도, 하 행장의 노력으로 고객이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놀랍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앞으로도 지역 고객에 보답하는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불산 누출 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구미 지역 주민을 위해 임직원들이 3천만원의 구호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04년부터 단순한 금융 지원이 아닌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기 위해 'DGB경영컨설팅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파랑새시니어 행복한 일터'도 운영 중이다.

또 고금리 사금융 상환 자금 등이 필요한 소상공인을 위해 1인당 최고 1천만원까지 무담보로 대출해주는 서민금융 지원 프로그램인 'DGB희망대출'도 실시하고 있다.

jhm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