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새 정부 출범 이후 친MB계로 분류되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거취가 불확실해면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내부가 어수선해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어윤대 현 KB금융지주 회장이 7월 임기까지 완주한다 해도, 새 회장의 인선에 따라 지배구조가 또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데 대해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 잃어버린 10년에 종지부를 찍을 때도 됐지 않았냐"는 노골적인 불만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그동안 KB금융은 다른 금융회사보다 유난히 외풍에 많이 시달려왔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통합한 이후 초대 행장을 맡았던 김정태 전 행장은 지난 2004년 연임의 꿈을 접고 불명예 퇴진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국민은행 회계기준 위반 혐의로 김 전 행장에게 중징계를 내린 점이 연임을 가로막은 이유가 됐다.

황영기 초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2009년 금융지주 체제가 출범한지 1년만에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파생상품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여파다.

황 전 회장의 뒤를 이은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의 운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 전 행장은 당국의 만류에도 무리하게 금융지주 회장직에 도전장을 던졌다가 임기 만료를 3개월 앞두고 돌연 사퇴했다. 당국이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 투자,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해 징계 카드를 내밀며 전방위 압박을 가한 영향이 컸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이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어윤대 현 회장이 취임했지만 소란은 계속됐다.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 속에 어 회장은 임기 내내 당국·사외이사와 마찰을 일으켰고, 외환은행·ING생명 등 대형 인수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셔야 했다.

KB금융이 외풍에 시달리는 동안 경쟁사들은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주요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약 156조원으로 신한(53조원), 우리(75조원)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작년말 기준 각각 257조원, 234조원, 247조원으로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 작년 기준 국민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잠정치)은 10.73%로 4개 은행 가운데 꼴찌다.

잦은 수장 교체에 따른 지배구조 불안정과 이에 따른 단기 성과주의가 KB금융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는게 안팎의 시각이다.

오는 7월 어윤대 회장과 민병덕 행장의 동시 임기만료를 앞두고 내부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금융위원장 내정으로 은행권에 인사 태풍이 몰아닥칠 가능성이 있어 이 같은 우려는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의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어윤대 회장의 완주 가능성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오히려 관심 사항이 조금 다르다"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내부 조직을 추스를수만 있다면 현 회장이 연임을 하든, 내·외부에서 새로 오든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문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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