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불황에도 해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SPA(제조ㆍ유통일괄화의류) 브랜드 시장을 두고 국내 패션 대기업이 엇갈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제일모직과 이랜드가 SPA브랜드를 출시해 유니클로와 자라, H&M 등 글로벌 브랜드에 과감히 도전했지만, LG패션은 SPA브랜드 시장에서 이윤을 남기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당분간 진출하지 않을 방침이다.

21일 관련 업계와 기업 인수ㆍ합병(M&A) 업계에 따르면 LG패션은 토종 SPA브랜드인 코데즈컴바인이 작년 말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하기에 훨씬 앞서 자체적으로 인수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LG패션은 의류산업이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는 가운데 SPA브랜드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해 코데즈컴바인을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SPA 브랜드는 박리다매 전략의 완결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규모 물량 공세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싼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기획부터 제조, 유통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회전율을 최대로 높이려면 상당한 초기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특히 대형 단독 점포를 명동과 신사동 등 요지에 동시다발적으로 신규 출점하는 비용만 해도 상당한 부담이다.

코데즈컴바인도 2011년부터 직영점을 늘리면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말 기준으로 매출은 1천891억원이었지만 72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139억원에 달해 적자 전환했다.

2011년말 기준으로 매출은 2천30억원에 영업이익은 110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도 67억원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SPA브랜드들은 전 세계 매장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국내 시장은 그 중 일부"라며 "국내 SPA시장의 성장 폭이 크다고 덤비기에는 감당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않다"고 설명했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작년 2월23일 야심 차게 내놓은 에잇세컨즈는 1년 만에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손익분기점을 언제 넘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모직의 100% 자회사인 개미플러스유통은 작년 말 기준으로 70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58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개미플러스유통은 에잇세컨즈와 미국 신발 브랜드 나인웨스트 판권을 보유한 비상장사다.

앞서 제일모직은 개미플러스유통에 지난 2011년 6월 300억원을 출자했고, 지난달 유상증자에 참여해 추가로 30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달 지원한 자금은 주로 에잇세컨즈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랜드는 2009년 스파오를 출시하고, 두 번째로 2010년 미쏘를 출시했다.

이랜드 측에 따르면 스파오와 미쏘는 작년 각각 1천억원, 8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랜드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영업이익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제일모직과 이랜드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에잇세컨즈는 올해 국내에서 추가로 17개 매장을 열고 내년에는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방침이다.

이랜드는 이번 달 말 일본 요코하마 소고백화점에 미쏘 1호점을 열고 국내 SPA브랜드 최초로 일본에 진출한다.

또, 스파오와 미쏘 모두 올해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종 SPA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에 맞서기가 쉽지 않겠지만, 제일모직과 이랜드의 도전 정신은 높게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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