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롯데그룹이 미얀마 시장을 선점하고자 유통과 호텔 등 주요 계열사의 진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말 롯데리아가 미얀마 양곤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도 진출해 본격적으로 미얀마 시장 공략에 나섰다.

3일 롯데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는 미얀마 사업"이라며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롯데백화점과 마트, 슈퍼, 하이마트, 호텔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가 모두 진출할 예정이며, 관련 작업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 진출할 때 현지 기업 인수ㆍ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나갔지만, 미얀마에서는 건물을 짓는 단계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미얀마는 아직 개발이 많이 이뤄지지 않아 쇼핑몰과 호텔 등을 직접 지을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작년 2월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국제실장)과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소진세 롯데슈퍼 사장 등 핵심 경영진과 함께 베트남과 미얀마, 인도, 방글라데시 등을 방문한 바 있다.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롯데는 본사 인력 2명을 파견해 미얀마에 현지 사무소를 열고 연락 체계를 갖췄다.

신 회장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이어 미얀마를 주요 해외 사업지로 낙점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미얀마의 투자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다.

지난 2011년 3월 출범한 미얀마의 민주 정부는 경제ㆍ정치 개혁을 추진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이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법은 작년 11월 개정돼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차별과 제약 요건을 일부 완화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외국인은 미얀마 기업과 합작법인(JV)의 형태로만 투자할 수 있고, 부동산도 소유가 아닌 장기 임대의 형식으로만 가능하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는 JV를 구성하고 나서도 이후 투자ㆍ경영 등에 있어 계속 미얀마 외국인투자위원회(MI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규제가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얀마에서 투자 가능한 부동산은 제한적인데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미얀마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급등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얀마에 진출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긴 하지만, 바쁘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롯데는 앞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대에 진출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어 미얀마 사업에도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는 지난 3월 베트남 호찌민 소재 레전드호텔의 지분 70%를 최종적으로 인수하고, '롯데레전드호텔사이공'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나머지 지분 30%를 보유한 베트남 정부 산하기관은 같은 가격에 롯데의 지분 70%를 사들일 수 있는 우선매수권이 있어 롯데가 최종 인수에 성공할지에 관심이 쏠렸었다.

롯데는 2011년 대우건설이 보유한 하노이 대우호텔 지분 70%를 샀지만 2대 주주인 베트남 기업 하넬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최종 인수하는 데 실패한 바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지 법인ㆍ정부 산하 기관과의 합작 투자나 부동산 관련 규제가 있는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롯데는 이미 다수 딜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며 "이는 비슷한 이슈가 있는 미얀마에서 롯데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얀마에서는 일본이 거의 모든 산업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규모 자원개발 사업을 위한 종합상사는 물론이고, 금융, IT, 건설ㆍ엔지니어링, 자동차, 항공 기업이 미얀마 시장에 진출했다.

100엔숍으로 유명한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가 작년 양곤에 첫 점포를 낸 바 있으며, 코트라에 따르면 미얀마의 제이카바그룹은 일본의 세븐&아이홀딩스와 합작해 미얀마 전국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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