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위기를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이창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3일 연합인포맥스와 전화ㆍ서면 인터뷰에서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달리 한국이 위험 대상으로 지목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의 점진적 축소)을 시작하면 아시아 지역으로의 자본유입이 감소하고 이는 주가 하락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져 국내 기업의 아시아 지역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며 무리한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환경에서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점검하고 증가하는 복지 수요와 줄어드는 세입을 고려해 정부의 재정 지출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Fed의 테이퍼링 시행이 아시아 신흥국 위기의 근본 요인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난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의 후유증과 구조 조정을 미뤄 계속 증가해온 쌍둥이 적자가 테이퍼링과 맞물리면서 위기가 촉발됐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이 단기적인 경제성장률을 희생하더라도 외화보유액을 보전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창용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일문일답.

-- 한국도 위험 대상으로 생각하는지.

▲ 한국은 위험대상으로 지목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금융위기에 대한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대외 부문을 특별히 관리해 온 결과다. 그렇다 하더라도 Fed의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아시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자본유입이 감소할 것이다. 자본유입 감소는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고 이에 중국 경제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다. 둔화된 경제성장으로 감소한 대외 수요는 수출에 영향을 미쳐 국내 기업의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된다 하더라도 수출 감소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는 한동안 3%를 밑도는 낮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경제가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지.

▲ 당분간 무리하게 경제성장률을 올리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경제성장 둔화로 더욱 악화할 가계부채를 점검해야 한다. 또한 복지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경기적 요인으로 감소하는 조세 수입을 감안해 재정지출을 편성해야 한다. 우선순위에 따라 재정 지출을 편성하고 적정 수준으로 재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잘해온 것과 같이 대외부문 관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한다.

-- 아시아 신흥국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지.

▲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모두 다 Fed의 테이퍼링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지난 2008년 이후 금융위기를 대응하는 과정에서의 후유증과 구조조정을 미뤄오면서 증가한 쌍둥이 적자가 테이퍼링과 맞물려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 주요인이다.

-- 신흥국 위기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처럼 확대될 가능성을 크다고 보는지.

▲ 지난 1991년 인도의 외환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많은 외화보유액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불확실성이 외환위기로 확대될 것이라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이러한 기대가 확대되지 않도록 이들 국가들은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희생하더라도 외화보유액의 보전, 지체됐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노력을 배가할 필요성이 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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