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의원들 모두발언부터 메모…신헌 롯데쇼핑 사장 "문제 겸허히 수용"

상생협력기구 공동 대표 맡은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이제부터 시작"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방문에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 사장들이 총출동했다.

20일 우원식 을지로위원장 등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 11명이 롯데그룹에 상생을 촉구하고자 마련한 자리에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와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 이동우 롯데월드 대표, 이석환 롯데그룹 정책본부 CSR 팀장 등이 참석했다.

일 년의 절반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롯데의 해외사업장에 머무르는 이들 사장이 동시에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을지로위원회가 제기한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의원들은 모두발언부터 롯데그룹이 협력사에 대해 각종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백화점·대형마트 대책 소위위원장을 맡은 김현미 의원은 "신세계그룹은 올해 초 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롯데는 그조차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식 의원은 "롯데는 '갑을(甲乙) 불공정거래의 종합백화점'"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적발된 각종 불법행위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위원은 "한국 대기업은 가장 약자인 하도급업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불법 파견하는 방식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며 "롯데는 그런 대기업이 되지 말고, 유통업계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규칙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우원식 을지로위원장은 "문제가 발생해 공정위 등에서 제재하기 전에 대화를 통해서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좋고, 기업에도 좋다"고 말했다.

롯데 사장들은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한 명도 빠짐없이 펜으로 메모하며 경청하는 제스처를 내보였다. 또, 고개를 끄덕이며 의원들과 눈을 마주치고, 부드러운 표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헌 롯데쇼핑 사장은 "바쁜 가운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맙다"며 "롯데그룹은 발생한 여러 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모든 사항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답하며 몸을 바짝 낮췄다.

신 사장은 "협력업체와 대리점, 가맹점주, 입점업체 등 이해 관계자들과 상생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겠다"며 "회사 내부 제도를 개선하고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고자 엄격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화는 약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졌으며 양측은 상생협력기구를 만들어 협력사에 대한 불공정거래 관련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김현미 의원과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이 상생협력기구의 공동 대표를 맡는다.

대화를 마친 우 위원장은 "대기업과 공동으로 상생협력기구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첫 시도"라며 "롯데와 정기적으로 만나 불공정거래 관련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이제부터 시작인 만큼 앞으로 원활히 문제를 잘 풀어나가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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