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가 최근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연이어 악재와 마주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면서 삼성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특허청은 최근 애플의 '휴리스틱스를 이용한 터치스크린 기기·방법·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특허의 효력을 최종 인정했다

이 특허는 터치스크린으로 화면을 상하좌우로 넘길 때 정확히 직각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화면이나 사진 등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로,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특허다.

미 특허청은 작년 12월 예비판정에서는 이 특허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최종판정에서는 선행기술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예비판정을 뒤집었다.

특히 이 특허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애플이 삼성을 공격하는 무기 중 하나로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 특허의 효력이 인정됐다는 점은 삼성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 외에도 삼성은 미국에서 애플과 진행 중인 특허소송에서 최근 연이어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

지난 8월 ITC(미국무역위원회)는 "삼성의 제품이 애플의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하며 삼성의 일부 제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과 판매 금지 조치를 미 행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각) ITC의 수입금지 조치를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애플에 대한 ITC의 수입금지 조치는 막아줬다. ITC가 지난 6월 애플이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며 수입금지 조처를 내렸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월 거부권을 행사하며 애플을 구해준 것이다.

삼성은 이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새너제이)에서 진행된 1심 소송에서 애플에 5억9천950만달러(약 6천50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5천억원 가량의 추가 배상금도 물 가능성도 남아있다.

결국, 삼성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에서 진행된 특허소송에서 애플에 연이어 밀리며 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모방자' 이미지가 굳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또 다른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도 삼성의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삼성은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 합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유럽에서 앞으로 5년간 통신 표준특허에 대한 침해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EU 집행위원회에 전달했다.

통신관련 표준특허는 삼성이 지난 2011년 4월 특허소송을 시작한 애플을 압박하는 주무기로 사용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EU 경쟁 당국은 삼성이 반독점 규제를 위반할 수 있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조사해왔다. 업계에 필수적인 특허의 사용을 지나치게 막는 것이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EU 집행위는 최근 삼성에 대해 최대 183억달러(약 19조5천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EU가 천문학적인 벌금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한 압박을 가해오자 삼성은 결국 반독점 조사의 종결을 위해 표준특허 소송은 걸지 않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특허법 관계자는 "삼성이 결국 애플과의 소송 과정에서 주무기로 사용하던 것을 유럽에서는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이는 결국 유럽에서는 애플을 압박할 수단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므로 삼성으로서는 악재"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를 주장한 부분은 표준특허에 관한 것 말고도 많다"며 "정당한 권리를 지키려는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