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불황이 깊어질수록 소비재기업 투자가치는 높아집니다"

한 국내 대표 토종 사모펀드(PEF)의 대표는 최근 물색 중인 투자대상을 묻는 말에 28일 이같이 답하며 "대중적인 식품과 의류 관련 기업은 경기 방어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해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대형 PEF에는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소형 PEF나 벤처캐피탈(VC)이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기 때문에 기술을 보유한 신생 기업에 관심을 두는 것과 달리 5천억원 이상 규모의 대형 PEF는 투자대상을 결정할 때 성장가능성만큼 안정성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올해 초만 해도 경제민주화 열풍에 따른 대기업의 스핀오프(spin-off·특정 사업부문의 분사) 딜을 주시했지만, 요즘은 중견·중소 규모의 소비재기업이 주요 관심사"라며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은 이른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받던 비핵심사업부에 대한 매각을 이미 거의 끝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황에는 창업 수요가 많아서 특히 식품 기업 중에도 프랜차이즈 기업을 최상위 투자 검토 대상에 올려두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모건스탠리 PE가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자 놀부NBG의 '놀부부대찌개'를 인수한데 이어 작년에는 SC PE가 스무디킹의 한국법인인 스무디즈 코리아의 미국 본사 인수에 투자했고, 보고펀드는 '버거킹코리아'를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IMM PE가 '할리스커피'를, 미래에셋 PE는 '커피빈', 한앤컴퍼니가 '웅진식품'을 인수했다.

의류 쪽에서는 몇 년새 급성장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PEF의 구애를 받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6년 1조원을 돌파한 이래 2012년 5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초 MBK파트너스가 '네파'를 인수했고, 현재 SC PE가 '블랙야크'의 지분 1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토종 PEF 대표는 "아웃도어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등산이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은 만큼 역시 경기 방어적인 업종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견·중소 소비재기업에 투자자금이 쏠리면서 일부 업종은 과대평가될 우려가 있다고 PEF업계는 진단했다.

외국계 PEF의 한 임원은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탄탄한 유통망을 갖추고, 일정한 고정 수요가 보장된 소비재기업이 제조업이나 IT기업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로 주목받는 것은 맞지만, 아웃도어 브랜드 등 일부 업종에 대규모 투자금이 몰려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일단 초기 인수가가 비싸면 수익률을 내기 어려워 이들 기업에는 관심을 끊었다"고 전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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