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그룹의 계열사 간 지분정리가 잇달아 진행되고 있다.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지분거래를 두고 재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행된 작업 속에는 몇 가지 큰 흐름이 포착된다. 바로 '지주사 체제' 전환 준비작업과 오너 3세의 자금력 확보, 건설 계열사 간 통합 작업 등이 그것이다.

◇ 최근 3개월 새 지분정리 '동시다발' = 삼성 계열사 간 지분정리 작업은 최근 들어 유독 활발해졌다.

실제로 지난 13일 삼성생명은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를 2천641억원에 취득했다.

같은 날 삼성물산도 삼성SDI로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09%를 1천130억원에 매입했다.

지난달 4일에는 삼성에버랜드가 건물관리 사업부를 에스원에 4천800억원에 양도하고,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은 물적 분할해 '삼성웰스토리(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에버랜드는 지난 9월 23일에도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부문 일체를 1조500억원에 양도받기로 했다.

삼성SDS 역시 지난 9월 27일 삼성SNS를 흡수합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이러한 일련의 사업재편과 지분거래를 두고 "사업적 효율성과 재무적 측면의 수익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지주사 개편' 준비(?)…'중간지주사' 가능성도 =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대신 현재 '순환출자'를 기초로 매우 복잡하게 얽힌 삼성의 지배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현재 지배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변화가 많았던 만큼 지주사 전환 등을 위한 준비작업의 성격이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들어 '지주사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삼성 측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사태 당시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을 위해 "수년 내에 지주사 체제 전환 등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올해 새 정부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순환출자 지배체제'와 '금산분리' 문제가 더욱 공론화되면서 삼성으로서도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으로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려면 그전에 지배구조를 지주사 형태 등으로 단순화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에버랜드의 최대주주(25.10%)이기 때문에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두는 구조가 경영권 승계에 더 유리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이 현재 지배구조상에서는 지주사로 전환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큰 틀에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형태로 짜여 있다. 그런데 현행법은 제조계열 지주사가 금융 자회사를 두지 못하게 돼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제조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를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지분교환과 매입 비용 등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거론되는 또 다른 방안은 바로 '중간 금융지주사 설립'이다.

'중간 금융지주사'란 지주사 밑에 있는 '중간 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아직은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고 있지만, 새 정부는 금산분리 규제를 다소 약화하더라도 재벌의 지주사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대선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 역시 이번에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에 대한 지분율을 기존 28.6%에서 34.41%로 확대하면서, 삼성생명이 삼성카드를 자회사로 둘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따라서 실제로 '중간 금융지주사' 설립이 가능해지면, '지주사' 에버랜드 밑에 삼성생명을 '중간 지주사'로 두는 형태로 재편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 오너 3세 '자금력 확대'…'건설 통합' 준비도 = 최근 진행된 지분정리 작업에서 또 찾을 수 있는 변화는 바로 오너 3세들의 자금력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업구조 재편과 지분정리 대상이 된 계열사 중 에버랜드와 삼성SDS 등은 오너 3세의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에버랜드의 경우 이 부회장이 25.10%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각각 8.37%씩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에도 이 부회장이 개인 주주로서는 가장 많은 지분인 8.81%를 확보하고 있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각각 4.1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합병되는 삼성SNS의 최대주주로 45.7%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 덕분에 합병이 완료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11.3%로 2.5%p 높아지게 된다.

결국 에버랜드와 삼성SDS가 이번 재편작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아지면서, 이 회사에 많은 지분을 보유한 오너 3세의 자금력 확대되게 된 것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재편되든, 지금 형태를 유지하든 오너 3세는 어쨌든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며 "최근 지분정리 작업은 이런 측면도 고려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들어 꾸준히 진행된 또 다른 작업이 바로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 작업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지난 7월 중순까지만 해도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 31일 10만주 매수를 시작으로 6개월 만에 지분율을 7.81%까지 늘려 제일모직(13.1%)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건설 부문이라는 사업적인 공통점을 있는데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들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는 만큼, 이번 지분매입 작업이 중장기적으로 통합작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그룹 전체적으로는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는 효과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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