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LG경제연구원은 엔저에도 작년 일본 수출이 주요 분야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20% 정도에 달하는 대폭적인 엔저에도 일본의 수출 물량은 전년도에 비해 1.5% 감소하고 계약통화 기준 수출액도 10.2%나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올해 1월에도 일본 수출 물량은 전년 동월비로 0.2% 감소하고 월간 무역적자는 2조8천억엔이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연구위원은 품목별로 보면 엔저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조선 분야의 경우 엔저에 힘입어 한국과 중국과의 가격 경합이 가능해지면서 일본 기업들이 선박 수주에 활발하게 나섰다.

철강재는 수출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엔저에도 당분간 수출 확대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지전자 분야도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TV 등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낮아졌기 때문에 엔저에도 수출 확대에 한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별로 보면 작년에는 거의 모든 지역에 수출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동안 일본 기업이 수출 확대에 주력해왔던 동남아 지역에도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의 경우 정치 및 외교적 갈등으로 인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까지 겹쳐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대미 수출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전했다.

그는 "주요 제조업에서 일본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장기 추세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의 글로벌 트렌드 변화로 일본 제조업 수출 경쟁력에 전반적인 하락 영향을 준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신흥 시장의 부상이라는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지연된 것도 일본 수출의 부진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본의 수출은 오랫동안 선진국 중심구조였고 한국과 비교할 때 일본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이 늦었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 수출이 부진하지만 차세대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 기업이 부활하면서 한일 제조업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일본의 수출경쟁력 약화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기존 산업 분야의 고도화와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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