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시장 점유율(MS)은 CEO에게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의 경우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감소해도 점유율만 끌어올리면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는다.

일부 기업은 사업보고서에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중요 제품군에 대한 점유율을 밝히지 않거나 자사에게 유리한 통계를 인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국내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하는 일부 업종에서 지난해 선두업체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눈에 띄는 점유율 변동은 정유업종에서 나타났다.

수입업체 점유율은 지난해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른 반면,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점유율은 각각 떨어졌다.

사업보고서에 인용된 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SK에너지의 국내 석유시장 점유율은 2012년 25.9%에서 지난해 22.9%로 무려 3%포인트 하락했다. GS칼텍스의 경우도 21.3%에서 20.6%, S-OIL은 13.0%에서 12.7%로 각각 떨어졌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현대오일뱅크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1.4%에서 11.6%로 상승했고 수입사는 28.4%에서 32.2%로 뛰어올랐다.

휘발유 시장 점유율만 보더라도 SK에너지 점유율은 35.2%에서 32.9%로, GS칼텍스는 27.9%에서 26.6%로 각각 하락했다. 반면, S-OIL과 현대오일뱅크, 수입사는 조금씩 점유율을 올렸다. 경질유 시장도 비슷한 추이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품질을 앞세운 선두업체보다는 값싼 주유소를 찾으면서 점유율 변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3사가 서로 잡아먹을 듯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동통신업종도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 통계를 인용한 수치를 보면 SK텔레콤의 점유율(가입자수)은 2011년 50.6%에서 2012년 50.3%, 2013년 50.0%로 하향곡선을 그렸고 KT의 경우도 31.5%→30.8%→30.1%로 감소 추세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만 같은 기간 17.9%→18.9%→19.9%로 올랐다.

이는 롱텀에볼루션(LTE)에 대한 선투자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현대차와 기아차 점유율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은 71.4%로 2012년보다 4.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수입차는 8.5%에서 10.2%로, 한국GM은 9.4%에서 9.8%로, 쌍용차는 3.1%에서 4.2%로 각각 상승했다. 르노삼성은 전년과 동일한 3.9%를 유지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쳤고 전열을 정비한 한국GM과 쌍용차도 마케팅을 강화한 영향이다.

점유율이 민감하다보니 정확한 수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업종도 있다. 각 사가 사업 범위를 다르게 설정해 공시하기도 하고 믿을만한 통계치가 없다고 아예 밝히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 통계청 자료를 취합해도 업태에 대한 이견으로 인용은 제각각이다.

경쟁이 치열한 유통업종이 대표인 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부문의 시장 점유율이 2011년 43.5%에서 2012년 44.4%, 다시 지난해 45.8%로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이 추정한 자료에는 롯데쇼핑의 백화점 부문은 같은 기간 52%에서 51%로 떨어졌고, 신세계는 3년간 23%를 유지했으며 자사 점유율만 25%에서 26%로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아울렛, 임대매장, 관련사 매출 포함 여부 등을 각기 다르게 설정해놓은 결과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 조사기관의 자료를 인용해 주요 제품의 점유율을 몇 종류만 밝히고 있다. 전자제품이 여러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만큼 정확한 통계를 얻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점유율이 눈에 띄게 오른 품목에 대해서는 슬쩍 공시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선두업체를 잡기 위한 점유율 2위 이하 업체들이 매출 감소를 타파하기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선두업체들도 덩달아 점유율 지키기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동반 악화되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일부 업종에서는 2위 이하 업체의 영업전략이 먹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채널이 단순한 업종에서는 통계가 믿을만하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추산 자체가 어렵고 각사의 출고량도 정확히 믿을만한 수치가 못되기 때문에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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