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활동이 올해 초 과거에 비해 다소 부진하다. 최근 1~2년간 대기업의 빈자리를 메우며 최대 인수 실적을 낸 PEF들이 유독 올해 1분기 주요 거래에 자취를 감췄다.

일단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 주요 PEF들이 여러 딜에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정부의 M&A 활성화 방안에 따른 규제 완화로 다소나마 운신의 폭이 확대됐다. 또, 연기금·공제회 등 주요 출자자(LP)가 마땅한 대체투자처를 찾지 못해 PEF에 일정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동안 트랙레코드가 쌓이면서 PEF 업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실력있는 상위권 PEF를 제외하면 좋은 투자물을 발굴해도 자금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다. 시장을 휘젓고 다닐 수 있는 플레이어는 그만큼 한정돼 있다는 뜻이다.

8일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M&A 리스트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장 두드러진 국내 PEF는 단연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를 거느린 IMM그룹이다.

IMM인베스트먼트는 특수목적회사(SPC)인 와스카 유한회사에 약 3천억원을 투입해 현대부산신항만 지분을 인수했고, 1조1천억원 규모의 현대상선 LNG전용선 사업부도 사들였다.

또, IMM PE는 '아이엠엠로즈골드2'로 티브로드홀딩스 지분을 인수, 2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밖에 벤처투자도 병행했다.

이에 따라 IMM그룹(IMM인베스트먼트, IMM PE 합산)은 보고펀드가 주춤한 사이 출자약정액 기준으로 MBK파트너스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보고펀드는 에누리닷컴 인수에 이름을 올렸다.

그밖에 KTB PE와 KDB대우증권 PE, 아르스마그나PEF 등이 실적을 신고했고, 부동산 전문 PEF들은 상업용 부동산을 꾸준히 매입했다.

이는 최근 1~2년간 분기 실적으로 비교하더라도 다소 부진하다. LP들의 자금을 받아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PEF들은 벤처기업에서부터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금융기관까지 사들이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시장 관심을 끄는 대형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토종 PEF는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다. MBK와 보고펀드, IMM, 한앤컴퍼니 정도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자금을 조달해 대형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LP들이 점점 더 트랙레코드가 쌓인, 실력이 검증된 PEF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다른 PEF에도 출자하고 있으나 경영권 이전이 아닌 지분 인수로 제한을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실패 사례 때문에 이른바 바이아웃 펀드 운영을 아무나 못하게 된 셈이다.

따라서 ADT캡스를 인수하게 될 칼라일 등 해외 PEF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PEF 관계자는 "MBK와 보고펀드조차도 일부 엑시트를 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LP들이 조심스러워졌다"며 "새로운 PEF나 금융기관 계열 PE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MBK는 비록 실패했지만 ADT캡스 인수전에도 얼굴을 내밀었고 LIG손해보험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며 "보고펀드는 LIG손보 인수후보이고 한앤컴퍼니는 동양시멘트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등 PEF 전성시대는 아직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몇몇 바이아웃 투자의 실패로 LP들이 중소형 PEF 운영사에 요구하는 수준이 까다로워지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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